
경북 구미의 한 중학교 당직실. 벽면에 설치된 '119 비상벨'(붉은 원 안)은 생명의 문을 연 결정적 장치였다. 야간 당직 중 갑작스러운 흉통으로 쓰러진 당직 전담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 마지막 힘을 짜내 벨을 눌렀고, 이 신호는 119 구조대로 곧장 전달돼 단 7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위기 상황에서 작동한 버튼 하나가 소중한 생명을 지켜낸 현장을 보여준다. 경북교육청 제공
"갑자기 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여 왔어요. 살려달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 버튼을 눌렀습니다."
어린이날 이던 지난 5일 오후 7시 34분쯤, 경북 구미의 한 중학교 당직실. 야간 순찰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A씨(69)는 갑작스레 찾아온 심한 흉통과 호흡곤란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가 의지할 수 있었던 건 당직실에 설치된 '119 비상벨' 단 하나였다.
당직실 벽면에 붙어 있던 빨간 버튼이 눌린 직후, 관제 시스템을 통해 즉시 119 상황실로 구조 신호가 전송됐다. 구급차는 7분 만에 학교에 도착했고, A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현재 그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이 구조 사례는 단순한 응급 상황이 아닌, 경북교육청이 2023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학교 비상벨 시스템'이 실제로 생명을 살린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도내 모든 공·사립학교와 교육기관 982곳에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장 교직원들은 이 시스템을 "당직 근무자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자로 구성된 학교 당직 인력은 심혈관계 질환 등 건강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동안은 응급 상황에 스스로 신고하거나, 아무런 대처 없이 쓰러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례를 모든 교육기관에 공유하고 비상벨 점검 체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며 "화재나 범죄 등 다양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다기능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임종식 교육감은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지켜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정책의 가치는 충분하다"며 "앞으로도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말했다.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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