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동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고 있다. <영남일보DB>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제한을 완화하자는 논의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후 전국에 설치된 과속 단속카메라와 시속 30㎞ 속도제한 기준에 대해 일부 운전자들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반면 학부모와 교통 전문가들은 "아이 안전은 타협할 수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27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어린이보호구역 속도 제한은 2019년 '민식이법' 제정으로 대폭 강화됐다. 당시 고(故) 김민식 군이 교통사고로 숨진 후, 필요 시에만 설치하던 과속 단속카메라의 설치 의무화 규정이 전국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에 일괄 적용되기 시작한 것.
일각에선 심야시간대까지 동일한 제한속도를 적용하는 건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12조 제1항엔 어린이보호구역에선 24시간 내내 시속 30㎞ 이하로 운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대해 지난달 22일 한 변호사는 '과잉금지원칙 위반'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구의 한 택시 운전자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심야시간에도 서행해야 해서 불편하다"며 "학교 수업시간에도 사실 길거리엔 아이들이 없는데도 일부러 학교 주변은 피해서 운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불만에 경찰은 현재 대구와 경북 각각 1곳에서 '시간제 단속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구에선 신암초등학교 인근 대현로 일부 구간의 속도제한을 야간시간대(오후 8시~다음날 오전 8시)에 한해 시속 50㎞로 상향해 운영 중이다. 구미 왕산초등학교 앞 구간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시속 50㎞로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확인결과, 신암초등 인근에서 시간제 단속을 시행한 1년간(2023년 9월~2024년 8월) 과속 단속 건수는 5천540건이다. 전년 같은 기간(1만200건) 대비 45%(4천660건)가량 줄었다. 경찰은 시간제 단속 시행 후 교통 흐름이 원활해졌다고 평가했다.
학부모들의 입장은 다르다. 대구의 한 학부모는 "학교 근처니까 늦게 다니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어 기존 30㎞로 유지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잘 다니지 않아도 사고가 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어린이를 보호하는 구역'인 만큼 강경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이전에는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도 존재했다. 대구와 경북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위반 적발 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대구는 2019년 4만2천여건에서 2023년 18만2천여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경북은 같은 기간 1만5천여건→48만5천여건으로 폭증했다. 아이들 안전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홍성령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어린이보호구역은 보통 500m도 되지 않는 구간이다. 성인이 걸어가면 2~3분이면 지나는 거리"라며 "등하교 시간이 아니라고 해서 아이들이 전혀 안 다닌다는 보장이 없다. 그 짧은 구간을 빠르게 지나가게 해달라는 요구는 지나치게 조급한 생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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