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달서구 성당동 무료급식소 '행복한 한 끼'를 운영하고 있는 박두철 경도문화봉사단장이 급식소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다. <경도문화봉사단 제공>
대구 달서구 성당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무료급식소 '행복한 한 끼'. 매주 수요일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봉사와 함께 향토 예술인들의 재능기부 문화공연이 펼쳐지는 이 곳 운영자는 박두철 경도문화봉사단 회장(71)이다.
경북 경산 진량산업단지 내 자동차부품 기업 CEO인 박 회장은 수 년전 아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그동안 모은 재산 상당액을 봉사활동에 쏟아 붓고 있다. 그는 기업 CEO로 일하고 있을 때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까지 '현역 봉사인'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한다.
박 회장이 봉사활동을 위해 경도문화봉사단을 만든 건 2008년. 1997년 IMF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2008년 다시 국제금융위기가 닥치자 저소득 계층 소외된 이웃들의 고통은 극심해졌고,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주로 향토 예술인들과 복지관, 경로당 등을 방문해 찾아가는 문화공연과 함께 간식이나 식사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음악과 무용 등 문화예술 공연으로 소외된 이웃들을 위로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음향장비와 LED전광판, 중계용 방송장비까지 갖춰 원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갔다.
장애인의 날에는 대구 두류공원에서 2천~3천명을 대상으로 급식봉사를 했고, 가끔 급식봉사 외에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 봉사도 했다.
하지만 찾아가는 이동 봉사는 부정기적이어서 한 끼가 절실한 어르신들에게 안정적인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박 회장은 또 다시 큰돈을 들여 2014년 대구 달서구 성당동 주택가 2층짜리 창고 건물을 매입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경도문화봉사단 건물이다.
당초 무료급식소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무료급식과 무료급식소라는 명칭에 대한 거리감과 거부감을 느낀 박 회장은 '다함께 한 끼 식사를 나눈다'는 뜻에서 '행복한 한 끼'라는 간판을 새로 달았다. 1층에는 주방·공연무대와 함께 14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식당, 2층에는 자원봉사자 쉼터와 160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단순히 식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공연도 볼 수 있고, 식사하러 온 어르신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가 노래도 부르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 급식봉사를 하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는 3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한꺼번에 찾아 공간이 모자라 골목길에 대기 줄이 이어질 정도다. 최근에는 아침식사를 거르는 어르신들을 위해 아침식사 대용으로 컵라면도 제공하고 있다.
모든 공간과 시설, 운영비 대부분은 박 회장의 통장에서 충당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는 지정기부금단체가 되면서 기업과 뜻 있는 기부자들로부터 다소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17년 동안 사재를 들여 봉사활동을 지속하고 있지만 박 회장은 재능기부로 문화공연에 참여해 주고 있는 20여팀의 향토 예술인과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회장은 "나누지 않는다면 기업 경영이든 개인의 삶이든 참다운 행복과 보람을 얻을 수 없다. 나눔과 봉사를 지금 실천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행복을 미루는 것과 같다"며 "나눔과 봉사의 삶에는 은퇴가 없다. 지금 바로 실천하자"고 했다.

임성수
편집국에서 경제‧산업 분야 총괄하는 경제에디터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