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6·3대선은 특이한 선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상상 불가였던 계엄령에 대통령 파면이란 정변(政變)의 끝에 치러졌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예고없이 닥쳤고, 그 불가측성에 선택의 고민을 넘어 국민적 고통을 높이 쌓았다. 이도 저도 못할 일종의 '딜레마' 였다 할까.
6.3선거는 구호부터 살벌했다. 이재명 후보의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세력 진압"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상대를 민주공화정을 파괴하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내란심판과 종식'이 제1구호였다. 김문수 후보의 국민의힘은 정반대의 대척점을 지향했다. '이재명 집권'을 새로운 독재국가의 출현으로 몰아붙였다. '31번의 탄핵폭주, 이재명 1인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 대법원 겁박과 사법부 장악시도'를 그 증거로 들이밀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세대와 시대를 교체해야 한다"는 제3의 목소리를 냈으나, 대세적 지형을 바꾸지 못한 배경이다.
날선 공방은 선거 당일까지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3일 후보 자격으로서의 마지막 SNS 대(對)국민 메시지에서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혼란과 불신 속에 놓여 있다"며 한표를 호소했다. 김 후보 역시 "괴물 총통 독재를 막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경제, 한미동맹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낡은 정치와 결별, 새로운 선택"을 주문했다.
국민은 결국 이재명을 받아들였다. 간극을 좁히고 봉합할 책임은 이제 '이재명 정권'에 넘어왔다. 대통령 이재명의 손에는 대한민국호(號)를 항해할 열쇠와 칼자루가 함께 주어졌다. 유용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쓸 지는 그의 몫이다.
'이재명 포비아' 즉, 공포스런 이재명 정권이 등장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킬 책무가 우선이다. 그건 회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좌우 양측으로 방향을 튼 강줄기를 합쳐 대양으로 흐르게 할 전가의 보도다.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것을 말한다. 이 후보는 실제 의심받을 발언을 내던졌다. 그는 "각료와 정치권에 내란 세력이 숨어 있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상대는 그걸 보복으로 인식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행했던 기괴한 계엄령의 후폭풍을 민주적으로 정리 정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그 과제가 관용과 절제속에 이뤄진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한층 성숙할 것이다. 앞서 대통령 후보 이재명은 "유치한 괴롭힘 안한다. 인생도 짧고 (대통령) 임기도 짧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 정신을 우린 직접 목격하길 원한다. 1차관문은 이른바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입법들이다. 이재명 정권이 법치주의 원리를 거스르지 않는 지혜로운 해법을 내놓을지 여부에 달려 있다.
'대통령 이재명'이 진짜 실용주의 정책을 펼칠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는 "사상이니 이념이니, 좌(左)니 우(右)니 그게 밥을 먹여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국민을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옳다"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절반이 넘는 국민이 그의 손을 들어둔 것은 내란진압에 앞서, 그가 연단에 올라 한 표를 호소할 때 약속한 실용주의 실천을 더 깊게 들여다 본 것인지도 모른다. 그걸 이재명 대통령은 새겨야 한다. 그는 "규제를 풀면서도 자유란 이름으로 방치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K민주주의를 수출 할 수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K컬쳐(문화), K팝, K푸드 처럼 대한민국의 위상을 올려 놓겠다고 약속했다. 그 지점에서 국민의 표는 더 보태졌을 것이다.
6·3 대선은 어쩌면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기괴한 선거였다. 그 기괴함을 넘어 '이재명 정권'은 성공한 정권으로 기록될 책무가 주어졌다. 그 길은 험난할 것이다. 5년간 여정의 성공은 오롯이 두려운 국민과 함께 한다는 초심의 자세가 지속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린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배우고 또 배우고 있다. '이재명 정권'의 출범에 우리가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박재일 논설실장 park11@yeongnam.com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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