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
미국이 21일(현지시각)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공격하면서 향후 북한의 영변과 강선지역 등 핵시설에 대한 타격을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영변은 북한 핵능력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5MWe급 원자로를 비롯한 다양한 핵원료 제조 시설이 집중돼 있다. 비교적 근래 드러난 평양 인근의 강선 단지에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최근 영변에 강선 핵시설과 유사한 새로운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변 핵단지와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은 대표적 지하시설이어서 북한으로선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란도 북한처럼 산악지대인 포르도 지역에 핵시설을 만들어 외부의 공격에 대비했지만, 미국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미국은 지하 80~90m 깊이에 있는 포르도 '메인 홀'을 철근콘크리트 60m 이상 두께를 뚫을 수 있는 현존하는 최강 벙커버스터인 'GBU-57'로 무력화시켰다. 이에 북한으로서도 이미 구축한 지하 은닉 시설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이 먼저 핵을 사용하는 위급 상황이 아닌 이상, 미국의 선제 공격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북한은 '핵무기를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는 단계'인 이란과 달리 이미 핵무기를 실전 배치한 상태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타격할 경우, 한반도는 물론 일본·괌 등 주한미군 기지가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 설령 핵 발사 시설을 선제 파괴하더라도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서울 등 남한 주요 도시를 위협할 수 있다.
지정학적 여건도 중동과 다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는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근거로 군사적 협력을 확대해왔다. 북한에 대한 공격은 중국·러시아의 개입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선제 타격에 동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다만 북한 비핵화 협상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란 사태를 통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 보유가 생존 보장'이란 인식을 더욱 굳힐 수 있어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핵 개발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외부적으로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정찰위성·재진입 기술 등 핵심 역량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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