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위험 줄인다”…대구 혼잡 도시철도역 CO₂소화설비 전면 교체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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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7 15:13  |  발행일 2025-06-27
팔달시장역 사고 계기로 전면 개선…혼잡 역사부터 교체
내년 8월까지 공사 완료 목표…야간·비영업시간에 진행
대구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 승강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영남일보DB>

대구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 승강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영남일보DB>

평일 오후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 환승 통로.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인파 사이로 붉은색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표지판이 곳곳에 눈에 띈다. 화재 시 열기보다 무서운 것이 '질식'이라는 공포지만, 정작 이 설비가 작동했을 때의 위험성을 인지하는 승객은 드물다. 매일 이곳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 모 씨(34·수성구)는 "불을 끄는 설비가 오히려 사람을 숨 막히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지 못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구 지하철의 상징적 공간이자 화재 안전에 민감한 반월당역과 중앙로역, 대구역의 소방 체계가 인체 무해 방식으로 근본적인 전환을 시작한다. 대구교통공사는 내년 8월까지 이들 혼잡 역사 3곳의 이산화탄소(CO₂) 소화설비를 철거하고, 할로겐화합물 등 청정 소화약제로 전면 교체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밀폐된 지하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스 질식'이라는 잠재적 위협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다. 기존 CO₂ 설비는 방출 시 산소 농도를 15% 이하로 급격히 떨어뜨려 불을 끄는데, 이 과정에서 대피하지 못한 승객은 치명적인 산소 결핍 상태에 놓이게 된다. 2022년 3호선 팔달시장역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고 당시, 짧은 순간 뿜어져 나온 CO₂에 승객 10명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던 사례는 이러한 위험성을 여실히 증명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소방 설비실 문 앞에는 '방출 시 출입 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하지만 수만 명의 인파가 엉키는 혼잡역에서 기계적 오작동이나 조작 실수로 가스가 살포될 경우, 이 경고문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구시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총 8억 1천만 원의 재난관리기금을 전격 투입하기로 했다.


새로 도입되는 할로겐화합물 소화약제는 화염의 연쇄 반응을 화학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을 취한다. 산소 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도 진화 성능이 우수해, 방출 직후에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히 낮다. 현장의 한 안전 점검 요원은 "약제 교체만으로도 대피 시간을 버는 '골든타임' 확보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교체 공사는 오는 7월 설계 용역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열차 운행이 멈춘 심야 시간대, 텅 빈 역사의 대합실과 선로 인근에서 노후 배관을 걷어내고 새 시스템을 이식하는 야간 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낮 시간대 승객들의 이동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방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반월당역처럼 유동 인구가 극심한 곳일수록 사고 시 위험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며 "시민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소방 설비까지 신뢰하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위험 요소를 순차적으로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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