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부모됨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자

  •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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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30  |  발행일 2025-06-30 제21면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우리는 '일과 가정의 양립'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이를 의미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란 용어에 친숙하다. 협의로는 직장 업무와 자녀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우리가 지향해야할 가치 내지 바람직한 제도로 간주되어왔다. 하지만 헌법과 법령에 근거하지 않는 슬로건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일 중심으로 극도로 기울어진 사회이다. 이런 슬로건은 현실을 보완하려는 시도이겠지만, 동시에 감추는 역할도 한다.


제정헌법 이래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친권, 양육권, 돌봄권 등 여러 용어로 표현되는 부모됨의 권리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그리고 헌법 제37조 제1항에 의해 도출되는 중요한 기본권일 뿐이다. 부모됨의 권리는 우선적이지도 않고 일차적이지도 않다. 단순히 중요하다고만 할 뿐이지, 실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정립되어있지 않다. 반면에 노동권은 헌법 제32조와 제33조에 걸쳐 상세히 명문화되어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양육권이 도출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출산과 양육을 비롯한 부모의 중요한 권리가 인정받지 못하고 다른 법령에 의해 다른 방식으로 규정된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법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고 육아휴직 급여는 고용보험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법령을 보면, 부모가 되는 출산과 양육을 독자적인 삶의 과정으로 보지 않고 노동에 대한 예외 현상, 즉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법령은 헌법처럼 일하는 권리를 중심에 두고, 부모가 되는 권리를 부차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사회보장기본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3조에서 '사회보장을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소득․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는 출산과 양육을 실업과 노령, 장애, 질병과 같은 사회적 위험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부모가 되는 것을 삶의 한 과정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다루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출산율이 0.7 언저리로 급락했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청소년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정이 무너졌음을 절감한다. 그 배후에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수지에 맞지 않고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모가 되는 것을 회피하고 기피하는 사회풍조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 부모됨의 가치를 부여하고 부모됨의 권리를 바로 세워야한다. 헌법을 개정할 때, 부모됨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해야한다. 부모가 되는 권리는 국가권력으로부터 자녀의 출산, 양육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이자,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관하여 국가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규정해야한다. 그래야 헌법에서 비롯되는 부모됨의 권리가 각종 법령에서 세세히 실현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부모됨의 가치가 정립되고, 누구나 부모됨의 기쁨을 누릴 수 있고 그 기쁨을 누리는 것이 사회적 권리이자 책임이 될 때 가족이 바로서고 가족으로부터 파생하는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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