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경북형 햇빛연금'을 목표로 하는 영농형 태양광사업 추진 전략회의를 지난 주 개최했다. 단기적으로는 영농형 태양광사업에 관심이 있는 시·군을 대상으로 10MW 규모의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장기적으로는 단지별 100MW 규모로 총 600MW 규모의 발전시설을 조성할 방침이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호남·경기 등 다른 지역에 비해 경북의 햇빛·바람연금에 대한 준비가 늦은 만큼 보다 속도감 있는 대비를 주문해 왔다. 동시에 경북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할 때 바람연금보다는 영농형 태양광사업을 통한 햇빛연금이 경북에 더 적합하다고 제언해 왔기에, 경북도의 이번 계획을 적극 지지한다.
중요한 것은 계획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는 것이다. 햇빛연금은 농민들의 소득증대와 연계돼 있다. 경북 농민들은 초고령화돼 있다. 이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햇빛연금을 지급하는 게 중요하다. 경북도가 계획하는 100MW 규모는 부지 선정· 관련법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행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당장할 수 있는 것부터 실시해야 한다. 스마트팜 위에 짓는 태양광시설이 대표적이다. 농업과 산업을 융합한 스마트팜 태양광시설은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발전(發電)수입 때문에, 귀농을 유인하는 효과도 있다. 인구소멸을 막는 요인도 된다. 경북형 햇빛연금이 정착하려면 재생에너지를 바라보는 지역 선출직 인사들의 인식전환도 중요하다. 경북에 원전이 밀집돼 있지만, 재생에너지도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은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함께 하는 '에너지 믹스(energy mix)'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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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 정상적인 장관될 수 있나
전체 19개 가운데 16개 부처를 대상으로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5일 동안 진행된다. 야당은 2명 이상 낙마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는 과정이다 보니 "근거없는 정권 길들이기"라든가 "악의적 신상털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나 논란이 다소 부풀려질 수 있지만, 장관은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정점에 있는 사람이기에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강선우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는 논란이 된 갑질의혹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보좌진들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2020년 국회의원 당선 이후 현재까지 5년여간 의원실 보좌관을 46번 교체했다. 강 후보자는 중복 계산된 것이며, 실제로는 28명으로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후보자를 "제가 본, 제가 겪어본 강 후보자는 바른 분"이라며 두둔하고 나섰다. 그렇게 바른 분이라면 왜 같은 민주당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강 후보자를 비난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민주당 진영에서도 '전원 통과'에서 변화의 징조가 보인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후보자들의) 소명을 들어보고 납득이 안 되면 (낙마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잘못을 한 번 눈감아 주면 개과천선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흔하다. 비정상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이 장관이 된다고 갑자기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도덕성과 자질이라면 본인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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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떠난 대구시, 국제행사 잇딴 유치 평가할만하다
계엄·탄핵사태 이후 대선을 거치며 대구는 위태한 상황이다. 정치적으로 보수의 아성이 흔들리는 것은 별개로 하고, 행정적 공백이 위기감을 부추긴다. 대구시는 1995년 민선 출범 이래 처음으로 1년 이상 시장이 공석이다. 홍준표 전 시장은 대선 경선 낙마 직후 '서울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는 이상한 발언을 더해 대구시민들을 당혹케 했다. 더구나 이재명 새 정부와의 협력체계에 누수가 있다는 걱정도 있다.
지난 8일 이탈리아 로나토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대구가 2027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그냥 가져온 행사가 아니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 등을 따돌리고 국제사격연맹(ISSF)의 선택을 받았다. 대구로서는 어쩌면 '세계적 사격도시'란 도시 브랜드를 하나 더 추가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사격대회에는 90개국 2천500여명이 참가한다.
앞서 지난 2일 시민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또 하나의 국제행사 유치 소식이 프랑스 보르도로부터 전해졌다. 2028년 '제15회 세계여과총회(World Filtration Congress)' 로 국제여과위원회는 중국 베이징이 아닌 대구를 점지했다. 수질, 물관리 분야의 세계적 행사인 여과총회에는 40개국에서 1천200여명이 참가한다.
대구시는 2006년 김범일 시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국제행사 유치에 눈을 떴다. 산업단지와 공장으로는 대도시 위상을 키울 수 없다는 판단하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솔라시티 총회, 세계 물포럼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런 기조는 권영진 시장 체제에서도 이어졌다. 대구시는 내년 7월1일 새 시장이 들어설 때까지 다소 불안정한 행정시스템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럴수록 이번 국제행사 유치처럼 공조직은 물론 체육·문화·학계 리더들이 앞장 선다면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도시는 일개 시장을 넘어 시민 전체 역량이 모일 때 더 크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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