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모감주나무가 유난히 눈에 띈다. 높이 크는 나무에 피는 꽃이 드문 성하의 계절, 온통 푸르른 세상에 노랗게 핀 모감주나무 꽃은 단연 두드러진다. 무환자나무과의 모감주나무는 주로 해안가에 군락을 이루며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열매는 꽈리처럼 생겼는데 완전하게 익어갈 무렵 3개로 갈라져서 지름 5~8mm의 검은 종자가 3~6개 정도 나온다. 완숙되면 꽈리 한 조각에 1~2개의 열매가 붙은 채 떨어진다. 나룻배 모양의 꽈리 조각은 바람이 불면 날개 역할을 해 종자를 멀리 운반해 주는데, 특히 물위에 떨어지면 표류하는 배처럼 정처없이 멀리 떠갈 수 있다.
모감주나무 이름의 유래는 매우 다양하다. 우선 같은 과(科)의 무환자(無患子)나무와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이름을 혼용하면서 생긴 것으로 한자 '무환자(無患子)'의 옛 발음 '모관쥬'가 세월이 지나면서 모감주가 됐다는 설이 있다. 중국 송나라 때 유명한 스님인 묘감(妙堪)에 구슬을 의미하는 '주(珠)'가 붙어 '묘감주나무'로 부르다가 지금의 모감주나무가 됐다고도 한다. 종자로 염주를 만들기도 하는데, 불교에서 깨달음을 뜻하는 묘각(妙覺)에 구슬 주(珠)가 붙어 모감주나무가 됐다거나 목에 감는 염주를 뜻하는 목감주나무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이 나무 이름을 알려줬으나 몇 번을 반복해도 통 기억을 못한다. 하다못해 '식혜나무'로 기억하라고 하니 비로소 이름을 떠올린다. 모감주나무의 영어이름은 황금비나무(Goldenrain tree)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서 작고 노란 꽃이 떼지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공감하게 되는 이름이다.
이하수 기자·나무의사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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