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뿌리치기 힘든 유혹의 손길 '마약'

대구경찰이 지난해 9월~12월 실시한 마약 특별단속에서 압수한 마약(왼쪽사진)과 현금.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 경찰이 지난해 9월~12월 실시한 마약 특별단속에서 대구 시내 한 클럽 화장실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최근 4년간 대구경찰청 마약류 사범 검거 및 구속 현황.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시민들의 영혼을 갉아먹는 마약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매년 대구경찰에 붙잡힌 마약류 사범만 수백명에 달한다.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마약 유통은 온라인에서 활발해지고, 숨겨두는 방식도 기존 이른바 '던지기'에서 배달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사회적 경각심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대구 동구의 한 병원에서 마약류 중독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한 A(여·24)씨와 B(여·22)씨. 마약 중독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갱생'의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온몸에 배어버린 '검은 유혹'이 또다시 그들을 덮친 것.
지난해 12월 3일 오후 A씨 등은 필로폰을 구매해 함께 투약하기로 공모했다. 곧장 동구의 한 호텔로 향했다. 여기서 A씨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류 판매상과 직접 연락해 필로폰을 받아낼 장소를 물색했다. B씨는 필로폰을 수거하는 일을 맡았다.
대구 달서구 한 빌라 인근에서 가져온 필로폰 약 1g이 그들의 앞에 놓여진 순간. 이들은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이들은 각각 필로폰 약 0.03g을 기구에 넣고 투약했다. 그렇게 새 삶을 찾으려던 이들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결국 기소된 A씨와 B씨는 각각 징역 2년9개월, 징역 1년4개월을 선고받았다.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은 지금 이시간에도 우리 주변에 널렸다.
16일 영남일보가 대구경찰청에 확인 결과, 최근 4년간(2021년~2024년) 대구지역에서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모두 2천269명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 427명(구속 99명), 2022년 578명(123명), 2023년 759명(130명), 지난해 505명(112명)이다. 경찰이 수년간 펼친 강도 높은 단속에도 마약 사건이 끊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6월 말 기준 총 273명(38명)이 검거돼 이미 지난해 전체 검거 인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 기간 검거된 마약류 사범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 10대가 85명(3.7%), 20대 722명(31.8%), 30대 412명(18.2%), 40대 283명(12.5%), 50대 322명(14.2%), 60대 이상 418명(18.4%), 불상 27명 등이다. 마약 범죄의 온상으로 불리는 클럽 등 유흥 시설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인 탓에 20대 마약류 사범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구경찰청은 지난해 9~12월 지역 내 주요 유흥가의 마약류 확산 분위기 차단을 위해 실시한 특별단속에서 37명을 검거하고 이중 8명을 구속했다. 4개월 간 경찰이 검거한 이들 중 20대 18명, 30대 13명, 40대 4명 등으로 20~30대가 83%를 차지했다.
마약류는 크게 '마약', '향정(향정신성의약품)', '대마'로 분류된다. 마약은 양귀비, 아편, 코카인, 헤로인, 펜타닐 등 화학적 합성품이다. 향정은 케타민, 졸피뎀, 프로포폴 등 인간의 중추신경을 자극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이 높은 제품이다.
이중 마약사범 비중이 가장 높은 항목은 향정이다. 대마보다 더 강력한 마약류인데다가 SNS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어서다. 최근 4년간 '향정' 사범은 1천662명으로 전체의 73.3%를 차지했다. 이어 '마약' 사범이 403명(17.8%), '대마' 사범이 202명(8.9%)으로 조사됐다.
최근 마약류 사범들의 혐의는 단순 투약보다 유통·판매를 담당하는 공급 쪽으로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 단순 투약 사범은 2023년 455명으로, 같은 해 304명을 기록한 공급 사범보다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투약 사범은 247명, 공급 사범은 258명으로 공급자가 투약자를 처음으로 역전됐다. 이 같은 현상은 마약류 온라인 유통의 '고착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오프라인 공급망을 통한 마약류 거래는 특정 조직·인물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텔레그램 등 온라인을 통한 유통이 보편화되면서 개인도 손쉽게 공급책이 되는 구조로 확대됐다.
경찰은 지능화된 마약류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AI(인공지능) 수사기법까지 활용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25일 텔레그램으로 주문한 마약을 약속된 장소에 전달하는 이른바 '드라퍼' 역할을 한 A씨를 AI 기술을 활용해 붙잡았다. A씨가 거래자에게 전송한 장소 사진과 자체 수집 정보를 AI 프로그램에 학습시켜, 사진이 촬영된 대략적인 기간을 추출해 낸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과거처럼 방범용 CCTV를 일일이 확인할 경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AI 기술을 적용한 덕분에 수사 효율이 높아지고, 기간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
대구경찰 관계자는 "대구라고 해서 더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한 거래가 활발하고, '던지기' 수법처럼 특정 장소에 숨겨두는 방식은 지역에 상관없이 배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은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유통 경로 차단과 적극적 단속은 물론, AI 등 최신 수사기법을 적극 도입해 마약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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