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과 예천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청구 서명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 18일 예천 문화회관에서는 주민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 반대 결의대회가 열렸다. <독자제공>
경북 안동시와 예천군의 행정구역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며 지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달 24일 정부의 주민참여 플랫폼 '주민e직접'에 통합 주민투표 청구가 등록됨에 따라 법적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안동예천행정구역통합추진위원회는 "행정구역 분리로 인해 복지, 행정, 민원 처리에 혼란이 많다"며 "실질적인 생활권 중심의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안동시 역시 행정구역 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예천군의 반발은 거세다. 예천군은 공식적으로 통합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지난 18일 '통합 반대 범군민 결의대회'를 1천여 명의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예천문화회관에서 개최했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이번 통합 추진은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예천의 정체성과 자치권을 지키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예천군의 반대 배경에는 단순히 행정 효율성 문제 외에도 '예천'이라는 지명 상실에 대한 우려와 지역 예산 배분, 행정 주도권 상실에 대한 현실적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도청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신도심 지역은 통합을 통한 편의 증대를 기대하는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흡수 통합'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정치적 배경도 간과할 수 없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시장 선거 당시 '안동·예천 행정 통합 실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민선 8기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안동시는 '안동시 행정구역 통합 지원 조례안'을 시의회에 상정했으나 지난해 10월 제237회 임시회에서 예천군 내 반감으로 인해 보류된 바 있다.
지역 내에서는 안동시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에는 반대하면서 예천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안동시와 예천군은 지난해 11월 대구·경북 통합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도청 이전지 역할이 사라지고 북부권 소외가 심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천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 논의는 자치단체장의 정책 의지, 지방의회의 판단, 주민 여론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석원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와 다양한 영상·사진 등 제보 부탁드립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