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연장·축제 현장의 ‘보이지 않는 손’ 성추행 다시 활개… 통계엔 ‘0건’? 현장은 성범죄 사각지대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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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1 17:22  |  발행일 2025-07-21
공연장은 성추행 통계상 0건 ‘보이지 않는 범죄’
“신고 꺼리고 피해자 특정 어려워”
전문가 “제복 인력 투입해 범죄 예방 강화해야”
'2025 대구치맥페스티벌' 공연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대구시 제공.

'2025 대구치맥페스티벌' 공연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대구시 제공.

#지난 6월 대구 동성로 일원에서 열린 한 축제장. 공연을 즐기던 여대생 A씨는 인파때문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팔뚝과 허리 주변을 슬쩍 더듬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실수라고 여겼다. 하지만 몇 차례 반복되자 공포심이 느껴졌다. A씨는 "소리치고 싶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들릴까봐, 또 괜히 민망한 상황이 될까봐 아무 말도 못한 채 그냥 침았다. 너무 끔찍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결국 그녀는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대구지역 유명 커뮤니티(맘카페) '팔에 닿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제목으로 이 경험담을 올렸다. 댓글에는 "나도 비슷한 일 겪었다" "이런 경우 많다"는 공감 글이 줄을 이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인파에 가려 CCTV도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다.


최근 각종 공연장 및 축제 현장에서 성추행 범죄가 활개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인파가 몰리는 공간 특성상 피해자와 피의자 특정 자체가 어렵고, 곧잘 신고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후 뜸했던 각종 공연과 축제 현장이 엔데믹 이후 활발해지면서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2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대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힙합페스티벌 현장에선 40대 남성이 여성 관람객 뒤에 밀착해 신체 일부를 비비는 행위를 하다 목격자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영남일보 2025년 7월 10일자 9면 보도). 이 남성은 부산에서 대구까지 찾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과거 동종 범죄 전력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같은 공연장 내 성추행 사건 수는 경찰 통계상 '0'다. 대구경찰청에 확인결과, 최근 5년(2020년~2024년)간 '공연·집회' 장소로 분류된 공간에서 공중장소 성추행으로 적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공연장 등에서 발생하는 성범죄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힙합페스티벌 사건도 목격자와 피의자의 진술로 범행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3천여명이 몰린 현장 상황 탓에 피해자 특정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목격자 신고가 없었다면 수면 위로 아예 드러날 가능성이 희박했던 것.


대구성폭력상담소 측도 "올해는 공연장 피해 관련 신고가 접수된 바가 없지만, 작년까진 종종 상담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대형 행사에서 성추행은 비일비재하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공연장내 성추행은 '드러나지 않는 범죄'라며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한의대 박동균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성추행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범죄"라며 "공연장이나 거리 응원, 지역 축제 등에선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거나 인지하지 못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줄었던 군중 행사가 재개되면서 성범죄가 다시 또아리를 트는 분위기"라며 "경찰이나 자율방범대가 제복을 입고 현장을 순찰하는 것만으로도 범죄 억제 효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대구에선 성폭력처벌법 제11조(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위반으로 적발된 사건은 2021년 18건→2024년 7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역·터미널·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공간에서의 성추행은 같은 기간 14건→ 6건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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