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의 대미(對美) 전기차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이 일본에 부과할 예정이었던 자동차 관세가 하향 조정되자, 한·미 관세 협상에서도 자동차 관세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주력 산업이 자동차부품인 대구경북에서도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24일 영남일보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대차·기아는 올해 1~5월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가 지난해 같은 기간 5만9천705대 대비 88.0% 감소한 7천156대에 그쳤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전동화 전략을 도입한 2021년을 제외하면 가장 작은 규모다. 현대차·기아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1~5월 기준 2021년 4천441대, 2022년 2만8천474대, 2023년 4만6천542대, 2024년 5만9천705대로 지속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대미 전기차 수출현황. 연합뉴스
미국 현지 생산과 판매 부진 여파가 현대차그룹의 대미 전기차 수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오는 9월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도 예정돼 있어 하반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지역 최대 산업인 자동차부품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지역 차부품업계는 완성차업계의 전동화 전략에 따라 전동화 부품 생산으로의 투자를 계속해 왔다. 일부 기업들은 신사업 전략으로 전동화를 선택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마치고 양산에 들어간 상황이다.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지역 A사 관계자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상황을 의식한 듯 "민감한 시기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기차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이 하이브리드차의 호황으로 상쇄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전기차는 수출뿐만 아니라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과 국내 생산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북미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증가하면서 업계에 영향이 상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 정부가 대미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22일(미국 현지시각) 미국과 일본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지역 차부품업계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이 기존에 일본에 부과한 25% 관세를 절반인 15%(자동차 관세 12.5%+기존 세율2.5%)로 낮추기로 하면서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전날보다 7.51%(1만5천500원) 상승한 22만2천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기아는 8.49%(8천300원) 오른 10만6천100원까지 오르며 10만원을 다시 회복했다. 다가오는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자동차 관세도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미-일 간 협상이 한국과의 협상의 미리보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역 차부품 업계에서는 자동차 관세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품목별 관세에도 치열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유지될 경우 이와 관련된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일본에 부과할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로 유지했다.
내·외장재를 생산하는 지역 차부품 업체 C사 관계자는 "자동차 관세가 줄어들면 가격경쟁력이 살아나 자연스레 매출이 증가하겠지만, 철강·알루미늄 품목에 높은 관세율이 적용된다면 주력 품목의 가격경쟁력이 폭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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