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귀신고래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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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4 06:21  |  수정 2025-07-24 07:21  |  발행일 2025-07-24

'신라 아달라왕 4년(157) 한반도 동해안에 연오랑·세오녀 부부가 살았다. 하루는 연오가 바닷가에서 해조(海藻)를 따고 있던 중 딛고 서 있던 바위가 갑자기 움직이더니 연오를 싣고 일본 땅으로 갔다. … 아무리 기다려도 연오가 돌아오지 않자 세오는 바닷가로 남편을 찾아나섰다. 남편이 벗어둔 신을 보고 바위에 올랐는데, 그 바위가 움직여 일본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연오랑세오녀 설화에서 움직이는 바위는 귀신고래일 것으로 여긴다. 귀신고래는 수심이 50m 이하인 연안을 따라 해저를 훑으면서 먹이를 섭취하는 회색 수염고래이다. 주로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바닥을 훑기 때문에 따개비를 비롯한 기생 생물이 왼쪽에는 많이 붙어있지만 오른쪽에는 드물다. 최대 수명은 60년 정도, 신장 15m, 무게 40t까지 자란다. 귀신고래라는 이름은 신출귀몰하는 고래라는데서 유래하는데, 길쭉한 머리를 해안 바위 사이에 세우고 있다가 사람이 접근하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귀신고래에 대한 인류 최초의 묘사는 얼마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다. 그곳에는 북방긴수염고래·향고래·혹등고래 등과 함께 귀신고래의 모습이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작가 하용준은 2013년 이 암각화에서 영감을 받아 귀신고래를 주제로 한 장편소설 '고래소년 울치'를 출간했다. 귀신고래는 이렇게 8천년전에 바위에 새겨질 정도로 흔하고 신라시대의 설화에 나올 정도로 친근한 동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동해안에서는 볼 수가 없으며, 북태평양에 150여 마리만 남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사냥과 기후 변화 때문이다.


이하수 기자/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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