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고령군 다산면 들녘에서 농민들이 뙤약볕 아래에서 신문지를 뒤집어쓴 채 파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경북에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땡볕 아래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쓰러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4일 경북 포항 북구 한 야산에서 네팔 국적의 40대 남성 A씨가 제초작업 중 숨졌다. A씨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제초작업에 투입됐다가 작업장 인근에서 쓰러졌다. 발견 당시 A씨는 맥박이 뛰지 않았으며, 경련 등의 온열질환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일 오후 5시24분쯤에는 구미 산동읍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의 20대 B씨가 지하 1층 공사장에서 숨졌다. 거푸집 설치작업에 투입된 B씨의 체온은 40.2℃로,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또 지난달에는 봉화 화천리 한 논에서 제초작업 중이던 80대 마을주민이 온열질환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달 초 영덕에서도 등산객이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최근 경북에는 낮 최고기온이 연일 35℃ 안팎으로 치솟으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27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감시체계를 확인한 결과, 지난 26일까지 경북지역 온열 사망자는 2명(구미·포항 외국인은 '추정' 상태로 미집계), 온열질환자는 248명이다. 이는 국내 온열질환자(2천311명)의 약 10.7%에 달하는 규모로, 경기(505명) 다음으로 많았다. 전국 온열 추정 사망자는 11명이다.
경북에서 온열질환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낮 기온이 평년(28∼33℃)보다 높은 폭염이 지속된다는 대구기상청의 전망이 나와서다. 특히 여름휴가철인 8월과 막바지 영농활동이 이뤄지는 9월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지난해 경북 전체 온열질환자 수(290명)를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문제는 정부나 시·군에서 발송하는 안전안내 재난문자 대부분이 한국어로만 표기돼 있어 외국인 경우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이다.
경북도는 이달 초부터 재해대책본부에 비상 단계를 발령하고 지역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성수 안전행정실장은 "온열질환자 대부분은 영농작업이나 야외작업 중 발생한다"며 "작업 후 휴식시간 확보가 어려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쉼터를 제공하고, 노인 등 취약계층 방문을 늘려 온열질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폭염 속 경북, 외국인 근로자 온열질환으로 사망 잇따라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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