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K-포엠’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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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8 08:17  |  발행일 2025-07-28

최근 고선경, 차정은 등 MZ세대 시인들이 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한국 소설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그 열기가 한국 시로 확대돼 고무적이다. 당장 교보문고만 봐도 올해 상반기 시 분야의 판매가 지난해 동기 대비 3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말하는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놀라운 변화다.


시집의 주 구매층이 젊은 층이라는 점도 눈길을 꾼다. 전통적으로 시 분야는 50대가 구매 연령대 1위를 차지했지만, 최근 1020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바쁘고 팍팍해지는 삶에서 짧은 글로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는 젊은 독자층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톡톡 튀는 감성적 문구로 1020세대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젊은 작가들의 약진도 한몫했다. 문단의 아이돌로 통하며 젊은 층에 큰 사랑을 받는 고선경 시인은 20대, 차정은 시인은 10대다. X(옛 트위터) 등 SNS나 연재 플랫폼을 통해 1020세대 팬덤을 확보한 작가들의 인기가 시집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SNS로 전파되는 시집에 대한 팬덤 구매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시의 짧고 강렬한 구성은 숏폼을 선호하는 젊은 독자층의 감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함축된 언어로 인간의 감각을 섬세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드러내는 시의 특징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에 지난 18일 김혜순 시인이 아시아 작가 최초로 독일 세계문화의집(HKW) 국제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제2의 한강 신드롬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내친김에 한류 열풍에서 한국시, 즉 'K-포엠'의 시대가 막을 올리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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