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김채이의 11시 데이트'에서 호스트인 김채이 배우가 뮤지컬 '멤피스'의 'Love will stand when all else falls'를 열창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수많은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최고의 공연을 해봅시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늘 이런 마음으로 공연을 합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속 줄리안 마쉬의 대사지만, 우리 삶에도 닿아 있는 말 같아요."
배우들과 함께 뮤지컬의 매력을 나누는 토크 콘서트 '김채이의 11시 데이트' 세 번째 무대가 지난 29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렸다.
호스트인 김채이 배우의 뮤지컬 '멤피스'의 넘버 'Love will stand when all else falls'로 시작된 이날 공연에는 뮤지컬 배우 양준모·린지와 대구시립극단 상임 단원 최우정이 함께했다.
본 무대에 앞서 배우들의 작품 속 인연이 주목받았다. 양준모·린지 배우는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설희' 역할로 두 시즌을 함께한 바 있다. 대구시립극단의 선후배 사이인 최우정·김채이 배우도 다수의 작품에서 부녀, 남매 등 다양한 역할로 호흡을 맞춰왔다.
양 "평양 공연한 가극 무대 통해 뮤지컬 결심"
린지 "아이돌 편견 없애려 과거 지우는 노력도"
최 "가수 실패 경험, 배우로서 많은 기회 얻어"

지난 29일 진행된 '김채이의 11시 데이트'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최우정, 린지, 양준모, 김채이.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이날 공연은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와 무대가 번갈아 진행됐다. 게스트로 초청된 세 배우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오페라, 대중음악, 연극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경험도 공유했다.
양준모 배우는 첫 뮤지컬로 2005년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공연한 가극 '금강'을 언급했다. 그는 "24살 당시 주인공 커버를 맡고 있었는데, 주인공 역할이었던 이정열 선배의 사정으로 무대에 오르게 됐다. 울고 웃는 북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뮤지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임을 실감했다"며 "공연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뮤지컬의 길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양 배우는 뮤지컬과 오페라 사이의 벽을 실감했던 경험도 전했다. 그는 "대사와 감정이 함께 표현되는 뮤지컬과 달리, 오페라는 음악만으로 표현해 어려움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린지 배우는 아이돌 출신에서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기까지 겪은 일화를 털어놨다. "가수 데뷔 무대보다 뮤지컬 첫 공연 때 더 많이 긴장했었다"며 "당시엔 가수라는 점에서 생길 수 있는 색안경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과거를 지우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지난 29일 진행된 '김채이의 11시 데이트'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고등학생 시절 가수를 꿈꿨다던 최우정 배우는 오디션을 봤던 일화를 직접 재연하며 유쾌함을 더했다. 그는 "그때의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 시립극단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소중한 기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연극 '아일랜드'를 꼽으며 "2009년 대구에서 해당 작품의 '윈스턴 쇼나' 역을 맡았었는데, 같은 해 양준모 배우도 서울에서 같은 작품의 같은 역할을 했다"는 인연을 소개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공연 중 관객 매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배우들은 가장 눈에 띄는 '관크'(관객 크리티컬·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로 '암전된 상황에서 휴대폰을 보는 것'을 공통으로 꼽았다. 앞줄 관객이 야광옷을 입어 암전될 때마다 시선이 갔던 사례도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공연의 마지막은 듀엣 무대로 장식했다. 최우정·김채이 배우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양준모·린지 배우는 뮤지컬 '위대한 쇼맨'의 'A million dreams'를 직접 번역한 가사로 들려주며 마무리했다.
한편 '김채이의 11시 데이트'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올해 새롭게 선보인 기획 프로그램으로, 오는 10월21일 올해 마지막 무대로 찾아올 예정이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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