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영남일보DB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가 영풍이 제기한 '황산 취급대행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영풍은 이번 결정이 고려아연 측의 주장처럼 '환경오염 방지'나 '위험물 관리 책임'과 무관하며, 오히려 최대주주와 기존 주주의 정당한 권익을 훼손하는 경영 행태를 덮기 위한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사건은 지난해 4월 고려아연이 수 십년간 유지해 온 황산 취급대행 계약의 갱신을 거절하고 종료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영풍은 이를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고 가처분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황산은 제련 공정의 핵심 부산물로, 계약 종료는 영풍석포제련소 가동에 직격탄이 된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가처분 기각을 빌미로 '환경관리 소홀'과 '사모펀드 결탁' 등 사실무근의 주장을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또 "고려아연은 설립 당시부터 영풍이 최대주주로서 지분과 경영 기반을 제공해왔음에도 현재 경영권을 가진 최윤범 회장이 극소수 지분으로 회사를 사유화하고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해왔다"고 주장했다.
영풍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2022~2023년 한화·현대차그룹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상호교환으로 약 16%의 지분을 희석시켰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를 5천8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고위험 투자를 감행했다. 또 지인이 운영하는 신생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천600억원을 이사회 결의 없이 투자해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풍은 동해항 자체 수출 설비와 석포제련소 내 저장·처리 시설을 활용해 황산 물류를 처리하고 있으며, 본안 소송과 함께 근본적 해법을 모색 중이다.
이번 결정으로 양측의 갈등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법적 공방과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할 경우, 황산 공급망과 제련소 가동 안정성뿐 아니라 국내 비철금속 산업 전반에도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높다.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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