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대구 동구 신천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번 화재로 40대 어머니와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 등 일가족 3명이 숨졌으며, 수사당국은 거실과 주방 등 4곳의 발화지점과 현관문이 막혀 있던 정황, 외부 침입 흔적 여부 등을 종합해 방화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2일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이동 중이다. 최시웅기자
검게 그을린 현관문, 깨진 창문, 복도에 널부러진 철제 캐비닛. 12일 오전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아파트 11층 화재 현장엔 불이 난 지 사흘째인데도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날 이곳에선 현장 합동감식이 예정돼 있다. 오전 10시50분쯤 이 아파트로 소방,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차량이 하나둘 도착했다. 감식반 직원 10여명은 옷을 갈아입고, 장비를 챙겨 서둘러 현장에 진입했다.
이번 현장 합동감식은 사고 당일(10일)과 11일 진행한 1·2차 조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진행됐다. 세 번째 현장 감식인 셈. 발화 지점 재확인 등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감식반 직원들은 안방·거실 등 발화 지점 4곳과 베란다 창문 등 현장 내 흔적을 확인했다. 오전 11시부터 50여분 조사를 진행한 감식반은 자세한 설명은 아낀 채 현장을 곧장 떠났다.
경찰은 현장 감식 및 사망자 부검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관련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중대한 사안이다. 실화,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절차와 규정에 따라 수사를 하고 있다. 과학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은 불안함을 호소했다. 한 주민은 "엘리베이터에서 두 세번 마주쳤던 아이들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버려 넘 안타깝다"면서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경찰, 소방관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니 무섭기도 하다"고 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0일 오전 3시35분쯤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아파트 11층(전체 17층)에서 발생했다. 불은 발생 19분 만에 꺼졌지만 어머니 A씨와 자녀인 B군, C양이 숨졌다. A씨는 베란다 밖 화단에 떨어진 상태로, 자녀들은 안방에 누워있는 상태로 각각 발견됐다. 국과수는 숨진 일가족에 대한 부검을 진행 중이다. 자녀의 부친은 화재 당시 직장에서 근무 중이었던 걸로 확인됐다. 경찰은 부친에겐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별다른 외부 침입도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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