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온 나방으로 온몸이 흰색이며 불빛에 이끌려 날아들어서 미국흰불나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과 달리 원산지는 캐나다로 알려져 있는데, 미군의 화물에 묻어서 들어왔기 때문에 침입 초기에는 미국을 원산지로 여겼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1958년 부터 발생했다.
미국흰불나방은 거의 모든 활엽수의 잎을 먹고 자라는데, 산에서 자라는 나무에는 별 피해를 주지 않으나 가로수와 정원수 등에서는 피해가 심하다. 가로수와 정원수는 뿌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하고 답압(踏壓)으로 토양내 산소와 수분이 부족하여 건강 상태가 불량하기 때문이다. 산림수목보다 해충의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가로수 등 생활권 수목이 있는 곳에는 벌레를 잡아 먹는 새나 사마귀 같은 천적도 적다.
미국흰불나방은 1년에 2~3회 출몰한다. 첫 번째는 5~6월에, 두번째는 7~8월에 나방이 나타나 나뭇잎 뒷면에 600~700개의 알을 낳는다. 부화한 유충은 실을 토하여 잎을 싸고 그 속에서 모여 살면서 잎을 갉아 먹다기 더 성장하면 흩어져서 피해를 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의 가로수와 정원수에서 이 해충이 대발생, 생활권 수목보호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조기 발견, 조기 방제가 피해 방지의 정석이나 거미줄로 잎을 싸고 모여 있는 어린 유충은 살충제를 뿌려도 별 효과가 없다. 벌레가 발생한 가지를 잘라서 불에 태우거나 땅에 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나 이는 몇 그루 안되는 정원수에서나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 해충이 유례없이 대발생하고 있는 이유로 기온 상승을 꼽는다. 지구온난화가 여러 방면에서 우리의 일상을 옥죄어 오고 있는 것이다.
이하수 기자·나무의사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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