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주요대학 인문계열학과 정시 합격생 중 절반 이상은 이과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최근 대입정보포털 '어디가' 공시에서 2025학년도 주요 17개 대학 인문계열 340개 학과 정시 합격자의 수능 수학 선택과목 비율을 분석한 결과, 55.6%가 수학에서 미적분이나 기하 과목을 선택했다. 미적분·기하는 주로 이과생이 선택한다. 종로학원이 2025학년도 전국 대학의 문·이과 합격 점수를 분석한 결과도 의미심장하다. 서울권 39개 대학의 수시학생부 교과전형 평균 내신 합격선이 인문계 2.58등급, 자연계 2.08등급으로 통합 수능 체제로 치러진 2022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고등학교에서 문과 지위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문과 침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통합 수능이 기름을 부었다.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한 입시제도가 문과를 더 위축시키며 입시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과생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학 표준점수 등을 바탕으로 인문사회계열에 진학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더 확대했다. 오죽하면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까지 나올까. 취업이 어려운 문과생의 자조 섞인 말이다.
지난해 한강 작가가 우리나라 첫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 인문학이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세계로 뻗어가며 한국 위상을 급격히 높여준 한류도 근원은 인문학이다. 하지만 입시 현황에서 문과의 위상은 처참하다. 인문계열이 약해지거나 무너지고 이공계가 과도하게 비대해진다면 단순히 학문의 불균형을 넘어 사회 전체에 가져올 문제도 크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김수영 논설위원

김수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