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은의 천일영화] 일본 셰프, 파리에 프렌치 레스토랑을 열다, ‘그랑 메종 파리’

  •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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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9 06:00  |  수정 2025-08-29 10:45  |  발행일 2025-08-29
윤성은 영화평론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공개된 지 10주 만에 넷플릭스 역대 흥행 영화 1위에 올랐다. 어딜가든 주제가인 '골든'이 울려 퍼지고 다른 삽입곡들까지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다는 뉴스도 연일 보도되지만, 약 3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OTT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가 한국 배경의 케이팝 콘텐츠라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케데헌'은 곧 '오징어 게임'이 세운 최고 시청 시간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케데헌'이 교포 중심으로 기획되고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이러한 성공이 우리과 무관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케데헌'의 인기와 더불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케이팝 검색 및 소비가 늘어났고, 국립중앙박물관은 까치호랑이 굿즈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홍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27일 개봉한 '그랑 메종 파리'(감독 츠카하라 아유코)는 셰프와 레스토랑을 다룬 기존 영화들의 서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평이한 작품이다. 그러나 타국의 문화를 흡수하고 재창조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주목해 볼만하다. '오바나'(기무라 타쿠야)와 '쿄노'(사와무라 잇키)는 파리에서 파인다이닝을 경영하는 일본인들이다. 미슐랭 2스타까지는 유지하고 있지만 몇 년째 3스타로 승격되지 못해 주방은 정체된 분위기다. 게다가 오바나의 독선적인 성격 때문에 직원들은 힘들어하고, 건물주는 호시탐탐 역시 셰프인 아들에게 레스토랑 자리를 내주려 벼르고 있다. 여기에 파티셰 '릭유안'(택연)은 빚 때문에 조폭들에게 시달리다 죽을 뻔하는 사고까지 당한다. 오바나가 이러한 난관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미슐랭 3스타를 받는 것이다. 그는 어떤 요리가 현지 전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영화는 우선, 천재적인 셰프 한 사람만으로는 최고의 레스토랑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고급 요리의 기본인 최상급 재료를 수급하는 것부터 오바나에게는 벅찬 일이다. 아시아인 셰프에 대한 편견과 3스타 식당들의 텃세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상인들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오바나에게는 그들과 신뢰를 쌓을 만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프랑스 요리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레스토랑에서 내놓지 못하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벽에 부딪친다. 문화적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인들이 일본인을 최고의 프랑스 요리 셰프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도 그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태도를 바꾸어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셰프들의 아이디어를 듣고 반영하여 새로운 코스 요리를 개발한다.


영화의 백미는 물론 오바나가 요리 전문가들 앞에 신메뉴를 선보이는 시퀀스다. 이 장면은 각 요리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감탄하는 한 인플루언서의 내레이션과 함께 펼쳐진다. 프랑스 요리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과감한 도전이 깃든 오바나의 메뉴들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관객들의 청각과 후각, 미각까지 자극시킨다. 결국 오바나의 꿈은 현실이 된다. 음식 뿐 아니라 문화 콘텐츠도 이제 누가 만드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잘 만드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비즈니스의 국경은 사라진 지 오래, 이제는 문화 콘텐츠의 국적과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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