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대구 동성로의 한 카페에서 김가은(24)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지난 25일 막을 내린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DIFF) 애플시네마(지역경쟁작) 대상은 신인 김가은(24) 감독의 첫 작품이 차지했다. 수상작 '여름, 아빠'는 대구 출신 햇병아리 김 감독이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다 휴학 중에 만든 첫 영화다. 그는 낯선 서울살이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왔다는 점에서, 영화 속 주인공 '여름'과 많이 닮았다. 지난 28일 대구 동성로의 한 카페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구영화학교 6기 졸업작품으로 큰 상을 받았다. 소감은.
"영화제에 초청된 것만 해도 기뻤는데,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게 돼 얼떨떨했다. 다른 감독님들이 영화를 많이 좋아해주셔서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다.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영화를 준비하면서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세상과 연결된 기분이 들었다."
▶영화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여름, 아빠'는 딸 '여름'과 아빠 '용호'의 '온갖 고생을 다 했지만 좋았던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한 플롯인 만큼 캐릭터의 매력으로 끌고 나가는 영화다. 많은 분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게 잘 담아냈다고 칭찬해 주셨다. 특히 두 인물의 텐션이 완전 달랐으면 했는데, 연기 방식부터 부딪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딸은 만화적인 연기를 하는 반면, 아빠는 다큐멘터리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에게 명함을 드리는 감독님들도 계셨는데, 그럴 때마다 배우의 매력을 잘 담은 것 같아 뿌듯했다."
▶'보편적 감정을 담백하게 잘 녹여냈다'는 평이 많았다.
"단편이기 때문에 깊은 이야기보다는 '귀여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한 관계를 정리해보니까 부녀 관계를 생각하게 됐다. 부녀이기 때문에 화면에 나오기만 해도 만들어지는 유대감이 있다.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쓰면 오히려 남 얘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묘하면서 따뜻한 거리감을 만들기 위해 대사도 최대한 담백하게 쓰려고 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 말을 절대 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맴도는 말만 대사에 썼다. 행동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빠가 딸에게 돌을 준 것도 '맴도는 행동' 중 하나였다."
첫 작품으로 대구단편영화제 대상 영예
담백하게 그린 부녀의 이야기 주목 받아
맴도는 말·행동으로 미묘한 거리감 묘사해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 등도 도전하고파"

영화 '여름, 아빠' 스틸컷.
▶전반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많이 녹여낸 것 같다.
"처음에 여름이가 서울에서 대구로 말도 없이 내려오는데, 실제로 제가 그랬던 적이 많다. 타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 다 그런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갑자기 가족들을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말하고 가는 것보다는 갑자기 가서 놀라게 해주면 더 좋아해줄 것 같다는 마음에서다. 이런 제 경험이 녹아 들어간 것 같다. 노동에 대한 이야기도 은연 중에 깔려 있는데, 언젠가 들었던 아버지의 통화내용이 자연스럽게 들어간 것 같다."
▶현장이나 캐스팅 비하인드를 들려준다면.
"아빠 '용호' 역의 강방식 배우는 마지막 작품이 15년 전인 비전문 배우였다. 용호 역은 정제된 연기가 아닌, '경상도 아저씨' 특유의 말투와 표정을 원했기에 캐스팅에 애를 먹었다. 강 배우를 유튜브에서 겨우 발견했는데, 그 분이 아니면 절대 안 될 것 같아 열심히 설득했다. 실제로 꿈에 나오시기도 했는데, 그 부분을 어필했더니 결국 승낙하셨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꼭 영화가 아니어도 좋다.
"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영화만 한다기보다는 만화, 드라마, 예능 등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참여하고 싶다. 특히 드라마는 캐릭터 개성을 더 많이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있다면 꼭 해보고 싶다. 로맨스도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다. 물론 대구 출신으로서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고, 대구영화학교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영화를 만들어 보고도 싶다. 수상작 이전에 계획하고 있던 다른 작품이 있는데, 남매가 등장하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다. 제작 난이도가 높아 무산됐었는데, 만약 다음 작품이 있다면 이 작품이 될 것 같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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