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시인
틀린 발음으로만 말할 수 있는 비밀이 있었다
진갈색으로 녹은 설탕이 조금씩 부풀어 오른다 설탕을 깔아 놓은 쟁반 위에 달고나 반죽을 올려놓고 누름판으로 누른다 낱개로 파는 악몽도 있어? 떨이로 주는 축복도 있어? 여자의 몸과 얼굴이 마술사의 상자 속에서 이리저리 분해될 동안 달고나 반죽에 별 모양 뽑기를 찍는다 별 모양 자국을 따라 이쑤시개로 촘촘히 모양을 땄다 조각난 별 모양을 넣고 한참을 녹여 먹었다 몸을 조각내는 상상을 들춰 보면 모로 뿌리 내린 송곳니가 있었다
어금니에 달라붙은 설탕 조각들이 삭아 갈 동안 나는 발가락을 오므렸다 굵은 뼈가 보였다 어젯밤에는 뽑아낸 송곳니를 화분 속에 심었다
여세실 '트릭'
나는 내가 이 세계로부터 따져 나왔다는 것을 안다. 이쑤시개처럼, 내 몸을 지나간 속임수를 안다. 이 지루한 우주에 필요했을 가판대를 안다. 역사를 안다. 우리는 하나의 냄비 속에서 끓고 있었다. 주걱 지나간 자국처럼 하나의 척추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어둠의 혀가 우리의 몸을 부드럽게 핥을 때, 나는 캄캄한 우주의 뱃속에서 함께 녹고 있는 우리를 느낀다. 뾰족한 슬픔이 우리를 깨물기 전 우리에게는 어떤 비밀도 없었다. 나는 내가 이 세계의 송곳니라는 것을 안다. 녹지 않고 부서지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안다. 속일 수 없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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