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최근 스포츠 현장에는 조용하지만 뚜렷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AI 코치'의 등장이 그것이다. 기술 혁신이 스포츠 현장을 새롭게 바꾸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분석하는 영역에도 인공지능이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과거 스포츠 훈련은 지도자의 감과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AI 기반 분석 시스템, 웨어러블 센서, 컴퓨터 비전 기술을 통해 운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정밀하게 피드백하는 훈련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장비의 진화를 넘어, 스포츠 훈련 철학 그 자체를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프로농구 NBA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Second Spectrum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경기장 내 모든 선수의 움직임, 공의 궤적, 수비 간격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훈련의 초점이 '감각'에서 '데이터'로 전환되며, 보다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전략 수립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일부 프로구단은 AI 기반 선수 트래킹 시스템, 스마트 러닝 미러, VR 훈련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훈련의 몰입도를 높이고,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피지컬 훈련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한 실시간 피로도 분석, 심박수 모니터링, 회복 상태 체크는 이미 엘리트 스포츠의 필수 도구가 되었다.
더 흥미로운 흐름은, 이제 AI가 단지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준을 넘어서 개인화된 훈련 계획을 제시하는 코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운동선수의 나이, 체형, 부상 이력, 심리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훈련 강도와 스케줄을 조절해주는 알고리즘은, 기존에 인간만이 수행하던 고차원 코칭을 대체하고 있다.
AI 코치는 이제 선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반인도 AI 기반 피트니스 앱을 통해 퍼스널 트레이너 없이도 체계적인 운동 계획을 제공받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운동 루틴을 짜주고, 사용자 질문에 실시간으로 피드백하며, 영상 분석을 통해 자세 교정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는 AI가 스포츠를 더욱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활동으로 만들어가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훈련에는 여전히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 동기 부여, 경기 외적인 코칭이 중요하다. AI는 효율을 주지만, 인간은 감동을 만든다. 결국 스포츠의 본질은 기록이 아니라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 속엔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존재한다.
AI 코치는 분명 스포츠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훈련 방식, 데이터 기반 전략 수립, 선수별 맞춤 프로그램은 이제 미래가 아닌 현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람과 AI가 조화를 이루는 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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