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빚 급증 부르는 확장재정 앞서 군살 빼기부터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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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1 07:20  |  발행일 2025-09-01

이재명 정부가 사상 첫 본 예산 7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정부는 지난 달 29일 728조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내놨다. 올해보다 무려 8.1%(55조 원) 늘어난 확장 재정이다.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라며, 재정을 성장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에 일견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실제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AI), 연구개발 분야 예산을 대폭 늘린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극히 중요하다. 세수는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출 규모가 급증하면, 재정적자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새해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무려 142조 원 증가한 1천415조 원 규모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채무비율이 국내 총생산(GDP) 대비 50%를 처음으로 넘어선다. 정부 예산 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 원 이상 늘어 2029년엔 1천789조 원으로 급증한다.


문제는 정부가 앞으로 4년간 대규모 적자 국채발행에 의존해야 하는 재정 구조인데도, '군살 빼기'를 외면하는 모양새다. 교육교부금 등 여윳돈을 활용하지 못하는 데다, 기초연금 등 의무지출 분야 개혁을 미루다 보니 확장 재정이 고스란히 나랏빚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들 분야 개혁은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극복해야 하는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내년 지방선거 표심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포퓰리즘 재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이다. 나랏빚이 과다하면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이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문가지다. 정부는 확장재정에 앞서 마른걸레도 쥐어짜는 각오로 허투루 쓰이는 돈을 먼저 줄이는 노력을 하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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