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빚 급증 부르는 확장재정 앞서 군살 빼기부터 등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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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1 07:20  |  수정 2025-10-02 15:07  |  발행일 2025-10-02

◈나랏빚 급증 부르는 확장재정 앞서 군살 빼기부터



이재명 정부가 사상 첫 본 예산 7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정부는 지난 달 29일 728조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내놨다. 올해보다 무려 8.1%(55조 원) 늘어난 확장 재정이다.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라며, 재정을 성장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에 일견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실제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AI), 연구개발 분야 예산을 대폭 늘린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극히 중요하다. 세수는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출 규모가 급증하면, 재정적자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새해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무려 142조 원 증가한 1천415조 원 규모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채무비율이 국내 총생산(GDP) 대비 50%를 처음으로 넘어선다. 정부 예산 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 원 이상 늘어 2029년엔 1천789조 원으로 급증한다.


문제는 정부가 앞으로 4년간 대규모 적자 국채발행에 의존해야 하는 재정 구조인데도, '군살 빼기'를 외면하는 모양새다. 교육교부금 등 여윳돈을 활용하지 못하는 데다, 기초연금 등 의무지출 분야 개혁을 미루다 보니 확장 재정이 고스란히 나랏빚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들 분야 개혁은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극복해야 하는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내년 지방선거 표심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포퓰리즘 재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이다. 나랏빚이 과다하면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이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문가지다. 정부는 확장재정에 앞서 마른걸레도 쥐어짜는 각오로 허투루 쓰이는 돈을 먼저 줄이는 노력을 하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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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증액된 내년도 TK 국비, 지역발전으로 이어지길



대구시와 경북도의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확정됐다. 시는 산업선·AI 등 지역 핵심 사업비가 대거 반영돼 3년 연속 8조원대 국비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 경북도도 지역 주요 현안 사업 반영으로 역대 최대 국비 확보 목표인 12조3천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이 교체된 시점에서 만족하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목표치에는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시에 따르면 복지사업과 교부세를 제외하고 투자사업 기준 역대 최대인 4조2천754억 원이 정부 예산안에 반영됐다. AI·로봇 등 미래 신산업 육성분야인 지역거점 AX(인공지능 전환) 혁신 기술개발에 198억원,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에 576억원을 확보했다. 대구산업선철도 건설(1천918억원), 대구경북신공항(민간공항) 건설(318억원), 조야∼동명 간 광역도로 건설(300억원) 등 TK신공항 추진과 교통 허브 조성 등을 위한 사업이 포함된 것도 주요 성과다.


도는 다보스포럼을 모델로 한 '세계경주포럼'에 15억원을 확보해 경주 APEC 후 새로운 지역 발전 기반을 마련했다. 산불 피해지역 복구와 관련해 산불 피해목 제거 200억원, 산불방지대책 96억원의 편성을 끌어냈다. 남부내륙철도 건설(2천600억원), 포항 영일만항 복합항만 개발(1천112억원), 울릉공항 건설(1천149억원) 등 SOC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국비 확보는 자치단체의 미래상을 가늠하는 잣대다. 시와 도는 정부 예산안에 주요 현안사업이 대거 반영돼 지역 발전을 이끌 핵심 동력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남은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주요 국비 사업이 정부 예산에 최종 반영되도록 중앙부처, 정치권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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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내년 지방선거도 전한길에 끌려 갈 것인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선출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대구시장은 이진숙 위원장이 해야 한다"고 콕집어 말하면서 지역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왔다. 한발 더 나아가 전씨는 "전한길을 지지하는 자가 지방선거 단체장이 되고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으며 나아가 대통령까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전한길의 헛된 망상이 하늘을 찌른다"면서 "국민의힘이 살 길은 전한길 퇴출뿐"이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전씨가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영향력에 기대보려는 사람들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번 발언에 대해 "전당대회에서 그 영향력이 입증됐다. 그분의 말씀이 자신의 영향력이 입증된 것을 토대로 말씀하시는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씨는 지난 30일 유튜브 방송에서 "놀랍게도 누구 공천 좀 해 달라. 오늘도 전화 왔다"면서 "지금 제 유튜브 구독자가 52만 명으로 매일 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50일 지나면 100만 명이 될 것"이라며 몸값을 높였다.


전당대회에서 전씨의 강성 발언이 여당 폭주에 반발하는 당원들을 자극했고 반탄파인 장 후보에게 승리를 안겼다. 당원 80% 국민여론 20%의 구도도 한 몫했다. 내년 지방선거는 국민에게 심판받는 자리다. 강성 지지층에 읍소하기보다 중도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비상계엄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더 많은 국민정서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전씨에게 당의 생존을 맡길 수 없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 광역단체장을 석권하겠다는 민주당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전씨의 혀끝에서 놀아나지 않는 것임을 국힘 지도부가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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