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자작나무의 매력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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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2 07:54  |  발행일 2025-09-02

얼마 전 일본 홋카이도의 비에이 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 된 자작나무 40여 그루를 베어냈다. 좁은 도로에 대형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데다, 자작나무 숲길에서는 몰려든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자작나무는 껍질에 밀랍성분이 있어 불에 잘 타며 목재가 썩지 않고 추위에도 잘 견딘다. 자작이라는 이름 역시 불에 탈 때 껍질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잘 타는 데서 유래했다. 이 껍질은 옆으로 얇게 잘 벗겨지며 오랜 세월이 흘러도 썩지 않는데 옛날 사람들은 이를 매우 다양하게 활용했다. 껍질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지붕을 이는 데도 썼다.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렸다.


지금은 이런 실용적인 면 보다 관상수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 북쪽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자작나무 숲은 다른 무엇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다. 쭉쭉 뻗은 백색의 줄기는 눈을 만나면 더욱 빛난다. 그런 매력 때문에 정원수로 각광받고 있으며 김천의 수도산이나 영양의 검마산 등지에 자작나무 숲이 조성됐다.


비에이 마을의 관광자원은 아오이이케(靑い池·푸른 연못)와 흰수염 폭포·자작나무 숲, 그리고 농지에 조성해 놓은 꽃밭 등이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이런 자원들이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국정원이나 청송의 주산지, 전남 신안군 퍼플섬의 라벤더 농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지인 고창군 학원농장 보다 더 나을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을 정도면 필자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매력덩어리 자작나무를 베어낼 만큼 사람을 모으는 그 뭔가가 뭘까?


이하수 기자·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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