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인협회가 추천하는 이달의 지역작가 도서 4권] 내일 외

  • 김형범 대구문인협회 사무총괄 부회장·김학조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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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5 06:00  |  발행일 2025-09-04

대구경북은 한국 문학계의 수많은 거장을 배출한 고장이다. 이상화, 현진건, 이육사, 이장희, 구상…. 이러한 영향으로 지금도 지역의 많은 문인이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남일보는 대구문인협회(회장 안윤하)와 함께 지역에서 활동 중인 문인들의 책 4권을 매달 소개한다. 시, 소설, 수필, 아동문학, 평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내일/오철환 지음/화니콤/210쪽/1만5천원

내일/오철환 지음/화니콤/210쪽/1만5천원

◆내일/오철환 지음/화니콤/210쪽/1만5천원


오철환의 연작 장편소설 '내일'은 말 그대로 다가올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다. 때론 땅을 밟고 서서 부조리와 불의에 반항하다가 막다른 길에 이르러선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하고, 때론 낯선 행성에 쫓겨가 판타지와 같은 삶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과학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미래가 장밋빛으로 다가올 것 같지 않은 일말의 우려가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잘 보여준다. 모든 건 인간의 마음에 달려 있다. 아무리 환경이 변해도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은 유지되고, 근본이 그대로인 한 인간사의 부조리와 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는 화성까지 확장된다. 화성에 국제교도소가 세워지고 세계의 흉악범들을 수용한다. 흉악범을 지구인과 격리한다는 소극적 취지도 있지만, 새로운 우주 공간 건설이란 진취적 의도도 있다. 희귀광물을 채취하고 지구의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수형자의 노역은 죄를 희석하고 남을 만큼 꽤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 사는 곳에 사랑이 없을 수 없다. 황량한 행성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가 애잔하게 펼쳐진다.


디지털 기술이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묶어 통섭적 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상호 수평적 정보 교환과 활용을 이뤄내지만, 그 부정적 역기능도 심각하다. 두뇌와 장기를 활용하기 위한 불법 납치가 대표적이다. 빼어난 인재가 어느 순간 납치·분해돼 컴퓨터의 부품처럼 취급된다. 개개의 뇌를 집적해 두뇌 풀을 만들면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해 그 성능이 폭발적으로 향상되기 때문에 '브레인 풀 콤플렉스'가 유행처럼 번진다. 브레인 풀에 편입되면 개인의 정체성이 사라지지만, 극한의 독한 의지를 가진 두뇌는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그 정체성을 잃지 않은 예외적 브레인이 스토리 라인을 이끌고 간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혹을 무시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불행이 닥쳐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소설 '내일'은 그러한 가능성을 붙들고 천착한 결과물이다.


금화의 노래/신경용 지음/북랜드/256쪽/1만5천원

금화의 노래/신경용 지음/북랜드/256쪽/1만5천원

◆금화의 노래/신경용 지음/북랜드/256쪽/1만5천원


삶이란 '설렘'이며, 즐겁게 배우고 노력하면 누구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과 철학이 담긴 '금화의 노래'. "봄 보리싹 같은 진한 열정"(미국 글로벌대 총장 박태문 박사) "인내와 희생, 열정"(미국 코넬대 이사장 김화영 박사) "이 시대의 우공"(대구 한국일보 유명상 대표이사) "각본 없는 삶에서 온몸으로 치열하게 세상과 부딪히거나 부딪쳐서 얻어낸 해법들, 인간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깨달음의 명답이 보석으로 나아가는 지름길"(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장호병) 등, 추천사의 극찬만큼이나 소박하면서도 위대한 삶의 이야기가 우뚝하다.


"큰 사람이 되래이." 뇌리에 새겨진 조부모님의 말씀이 큰 소망이 되고, 큰 사람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만큼 마침내 큰 사람이 되었다. 오늘날 성공한 삶을 이룬 신경용 작가는 혈혈단신의 10대 중반부터 섬유공장 수습공으로 거친 세파에 뛰어들었다. 공장을 운영하다가, 무역 사무실에 뛰어들어 IMF로 부도를 겪고, 죽을 고비도 넘겼다. 불혹의 나이에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다. 주경야독으로 사회복지학 석사,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평생 꿈꾸던 늘푸른유치원, 사회복지법인금화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삶의 방식은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게' 걷는 것이었다. 땀과 눈물이 마디마디 뜨겁게 밴 그의 인생 이야기가 편마다 황금색 금잔화처럼 빛난다. 그에게는 강한 의지가 있었고, 꿈과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성장하려는 희망이 있었다.


그에게 있어 '삶은 끝없는 모험의 여정'이었다. "열정과 희망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힘차고 희망이 넘치는 삶을 향해 끝없이 전진하자. 그리고 생에서 어떤 어려움과 시련이 닥치더라도 굳건한 열정과 도전으로 이겨 나가자." 이런 자세와 결기를 바탕으로 성공을 향해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불굴의 인간상이 편마다 찬란하게 그려졌다. 신경용 수필가는 시인, 한국문인협회 이사, 달성지부 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사회복지법인 금화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지금도 시위 중이다/손수여 지음/신아출판사/1만3천원

지금도 시위 중이다/손수여 지음/신아출판사/1만3천원

◆지금도 시위 중이다/손수여 지음/신아출판사/1만3천원


시가 목마른 시대, 향기로운 글 꽃 화원 같은 시집이 최근 출간됐다. 손수여 작가의 제9시집 '지금도 시위 중이다'가 그것이다. '시인의 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는 "결이 곱고 쉬운 시,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볼 수 없을까. 우물쭈물한 여섯 해, 서른 해 묵혀 맘으로 썼다"고 고백하며 4부 구성, 총 68편의 시를 탄생시켰다. 이 시집의 표지 그림은 국보 제285호 울산시 울주군 반구천 암각화이다. 표제어 제목은 이 시집 마지막 작품인 '암각화 2-고래의 항변' 마지막 행에서 따온 것이다.


현호색과 홀아비바람꽃 같은 시, 오랜 시간 뜸을 들이고 숙성된 시를 창작하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담긴 시편을 본다. "눈 온 데 꽃은 피어도 네가 없는 계절은 봄이 아니 온다네/ 현호색 홀아비바람꽃이 불러 모든 여든 온 쉰 종 천상의 화원,/ 열목어가 옥구슬 굴리는 계곡, '산이 그냥 가족이고 고향'인데/ 꿈꾸던 푸르고 건강한 여름 거기에는/ 하늘이 보라고 해야 다 보인다는 곳, 간절해서 이루어지더라// 얼마나 더 간절해야 향기 품은 글꽃 나도 피울 수 있을까" ('홀아비바람꽃' 전문)


손 시인의 '홀아비바람꽃'은 그리움과 상실, 거기서 이뤄지는 회복의 과정이 드러나 있다. 시의 첫 수절은 꽃이 피어나는 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 봄을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는 슬픈 감정을 표현한다. 이는 인간의 감성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시사한다.


특히 '암각화 2–고래의 항변'은 바다 생태계와 환경문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룬 작품으로, 고래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국보 암각화를 보기 위해서 탐방한다. 그리고는 망원경을 통해 암각화를 관찰하는데, 손 시인은 다르다. 자연에 존재하는 그 암각화를 하나의 액자로 보고 액자 속 그 고래들이 인간 세상을 향해 외치는 소리를 듣고 그려낸다. 이것이 시인만이 가지는 역발상의 지혜이다.


다이노 섬은 빙글빙글/이민정 지음/아동문예/147쪽/1만3천원

다이노 섬은 빙글빙글/이민정 지음/아동문예/147쪽/1만3천원

◆다이노 섬은 빙글빙글/이민정 지음/아동문예/147쪽/1만3천원


이민정 동화작가의 두 번째 단편동화집 '다이노 섬은 빙글빙글'이 나왔다. 2000년 동화 '비둘기 할아버지'로 창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 작가는 신간 낭독회, 출판 기념회, 시화전 참여 등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품집에는 달님이 되고 싶은 엉뚱한 훌라후프, 유리 개미집을 탈출해 세상을 여행하는 개미 앤드, 엄마가 무시당하는 상황에 상처받는 난희, 잔소리꾼 엄마가 사라지길 바라는 지나, 현실의 아픔을 '그 아이'와 나누는 선례, 태평양 섬에서 겪는 기묘한 가족 여행 등은 각기 다른 색깔의 이야기 여섯 편이 펼쳐진다.


내용은 가족과 이웃의 갈등,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상처를 치유하는 우정과 용기, 그리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가 어우러진다. 특히 표제작 '다이노 섬은 빙글빙글'에서는 소용돌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모험과 도전이, 그리고 섬과 공룡이라는 상징이 성장과 자기 발견을 드러낸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설정이 어린이 독자뿐 아니라 어른 독자도 빠져들게 하며, '빙글빙글'이라는 제목처럼 회전하듯 이어지는 사건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상징들도 모두 경계를 넘나든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 안전과 위험의 경계를 넘는 순간, 주인공들은 한층 성장한다. 독자는 그 여정을 따라가며 자신만의 '빙글빙글' 즉, 변화를 향한 회전을 경험하게 된다.


황수대 평론가는 추천글에서 "이민정의 동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꿈과 자유, 그리고 성장과 모험이며 다양한 주제와 형식이 어우러져 남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고 했다. 표지그림과 삽화는 삼육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천정 화가의 작품이며 생명과 희망, 치유를 나타내는 초록색이 주로 사용됐다. 다양한 색상의 변화로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삽화는 동화 내용과 어우러지며 내용을 한층 더 잘 나타낸다. 어린이에게는 호기심과 경이, 성장을 이끄는 동화로, 어른에게는 잊고 지낸 순수한 동심을 되찾게 하는 마법 같은 동화집이다.


정리=김형범 대구문인협회 사무총괄 부회장·김학조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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