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州)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초유의 한국인 근로자 대상 이민 단속 사태가 현지에 진출한 대구경북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에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이번 단속이 기존의 인력 파견 관행에 대한 전면적인 '경고장'으로 해석되면서 현지 공장을 운영중인 지역 기업들에게도 경각심을 주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과 LF에너지솔루션의 합작 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했다. 이들 대부분은 공장 설비 구축 등을 위해 단기 방문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로 입국한 협력사 소속 기술인력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현대차·기아의 북미시장 공략에 발맞춰 미국에 동반 진출한 지역 부품업체들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대구경북에 본사를 둔 에스엘<주>, 삼보모터스<주>, <주>화신 등 다수의 중견기업은 현대차의 심장부인 앨라배마와 기아 공장이 있는 조지아, 테네시주 등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램프 전문 기업 에스엘은 테네시주 클린턴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며 현대차·기아는 물론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경북 영천의 차체 부품 기업 화신 역시 앨라배마주 그린빌에 진출했으며, 지난해엔 1억7600만달러(한화 약 2천380억원)를 투입해 조지아 공장 구축에도 나선 상태다. 대구의 삼보모터스도 일찌감치 미국에 진출해 앨라배마 등지에 터를 잡고 있다.
해외진출 제조기업들은 공장 신·증설이나 신규 설비 도입, 공정 안정화 단계에서 본사 소속의 숙련된 기술인력을 단기 파견하는 경우가 많다. 현지에서 해당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즉각적으로 수급하기 어려울 뿐더러 H1B 등 전문직 취업 비자 발급은 절차가 까다롭고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단기 비자를 통한 기술 지원 및 업무 협의가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조지아 사태로 이러한 인력 운용 방식이 언제든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 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신규 라인 셋업이나 품질 문제 해결을 위해 본사 엔지니어가 한 두 달 현장에 머무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이번 사태를 보니 앞으로는 기술 지원 하나도 마음 편히 보내기 어려워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에스엘 관계자는 "뉴스를 봤지만 아직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직접적인 영향이나 별다른 내용을 듣지 못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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