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이원오(36) 작가
사투리·지역명 소재로 4만6천 팔로워 모아
대구스러움은 정 많고 유쾌한 도시의 기질

대구툰을 SNS에 연재하고 있는 필명이 '워효'인 이원오 작가가 7일 오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구툰을 SNS에 연재하고 있는 필명이 '워효'인 이원오 작가가 7일 오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일자리, 문화향유 기회가 서울에 편중되다보니 많은 대구청년들이 고향을 등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도 대구엔 도시의 고유한 특징을 스스로의 언어로 풀어내며 고향에 남아있는 이들이 있다. 지역의 결을 콘텐츠로 바꾸고, 그것을 업으로 연결해가는 사람들. 이 도시의 어떤 정서가 그들을 고향에 정착하게 만들었을까. '대구'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이 말하는 '대구다움'에 대해 총 3편에 걸쳐 들여다본다. 첫 번째 주인공은 웹툰작가 이원오씨다.
"대중적으로 다가가려면 사투리를 줄여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죠. 하지만 그 자체가 오히려 콘텐츠라는 걸 깨닫고, 제 색깔로 확실히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일 오전 대구 중구 성내동에 있는 이원오(36) 작가의 작업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 '워효'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워효'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그는 대구 사투리와 지명 유래를 소재로 한 웹툰 '대구툰'을 연재한다. 4만6천여명의 팔로워(인스타그램)를 모았다. 기존 만화가 그림 중심이라면 '대구툰'은 애니메이션처럼 캐릭터에 움직임을 더하고 작가가 직접 녹음한 더빙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는 초·중·고교와 대학교를 모두 대구에서 나왔다. 고교 시절 직접 그린 만화를 블로그에 올릴 만큼 그림을 좋아했다. 영남대(시각디자인과)를 졸업 후 만화로는 생계를 잇기 어렵다고 판단, 의류회사에 들어가 자수 디자인을 맡았다. 이후 여러 직장을 거쳐 2018년도부턴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중이다. 그는 "외주 디자인을 하다 보면 고객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만화를 다시 하고 싶어 2021년 6월 SNS에 '대구툰' 계정을 열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건 '대구 이야기'였다. 평생 살아온 도시이자, 가장 잘 아는 곳이었기에 일상만 담아도 자연스레 지역의 색깔이 배어날 것으로 믿었다. 실제 '우방랜드냐 83타워냐로 세대를 가늠하는 농담' '대구대·대구가톨릭대·대구한의대는 정작 대구에 없는데 경북대는 대구에 있는 역설' 같은 소재는 공감을 얻어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2024년 초부턴 지역성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대구툰에 지역 사투리를 본격적인 주제로 삼았다. 그는 "독자 반응을 보면서 사투리를 전면에 내세워야겠다는 확신이 섰다"며 "주제를 좁히자, 독자들 호응도 확실히 늘었다"고 했다.
일주일에 세 차례 꾸준히 게시물을 올린다. 소재 고갈에 대한 우려를 묻자 "차고 넘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상 속 대화만으로도 얼마든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실제 대구 사투리 '풍덩하다(옷이 크다는 뜻)' 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이달 결혼을 앞둔 그가 아버지와 양복을 맞추러 갔다가 나눈 대화 내용을 그대로 구현했다.
지난 7월부턴 지명 유래를 소재로 한 '대동야지도' 시리즈를 새로 선보였다. 대구지역마다 유래된 설화를 설명하는 코너다. "어릴적 서구 비산동에서 살면서 지역명에 관련된 설화를 어른들에게 자주 들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더라구요. 우리가 사는 땅에 대한 이야기를 알 때 정체성도 생기는데, 그게 사라진다는 게 마음에 걸려 적극 알리기 위해 기획하게 됐어요."
'대구스러움'에 대해 묻자, "조금 경직돼 있지만 사실은 정 많고 유쾌한 도시의 기질"이라마 한마디로 정의했다.
이 작가는 "대구는 문화 분야에선 다소 경직돼 있는 것 같다. 지역 소재로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도 무뚝뚝하고 엄숙하게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실제 '대동야지도'를 올린 뒤 설화를 가볍게 다뤘다는 부정적 반응도 있었다"며 "하지만 관심을 끌려면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수억 원을 들여 만든 캐릭터나 홍보영상이 조회 수 수백 회에 그치는 건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는 콘텐츠 자원 자체는 풍부하지만 다들 눈치를 보느라 선뜻 풀어내지 못한다"며 "저라도 먼저 유쾌하게 풀어내 물꼬를 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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