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준표 닮은 박정희 동상’… 희화화 되진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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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0 10:25  |  발행일 2025-09-10

대구시의회는 오는 12일 열릴 본회의에서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 조례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대구시민단체들이 1만4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박정희 기념사업을 폐지하는 조례안을 청구했는데, 주민청구 조례안은 상임위 결정과 상관없이 본회의에 상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그저께 열린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조례안이 부결됐고, 대구시의원 33명중 32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란 점을 감안할 때 본회의에서도 부결될 가능성은 높다. 박정희 기념사업은 계속되고, 조례에 근거해 만든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동상도 존치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박정희 향수가 강한 대구에서 박정희 기념사업 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동상은 다른 시각에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정희라고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근엄한 표정이든 농부 차림의 소탈한 모습이든, 누가 보더라도 박정희로 인식되는 얼굴이 있다. 그런데 동대구역 광장의 동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구시는 추수하는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기반으로 동상을 제작해 달라고 작가에게 의뢰했다. 그렇게 탄생된 동상의 얼굴은 전혀 박정희 같지 않다.


공교롭게도 동상 얼굴에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모습이 살짝 보인다. 동상에 안경을 씌운 합성사진과 홍 전 시장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해, 홍 전 시장 동상이라고 조롱하는 게시물이 온라인에 돌기도 했다. 박정희를 기념하기 위한 동상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희화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홍 전 시장측이 의도적으로 홍 시장이 연상되는 박정희 동상을 만든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하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박정희 동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시민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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