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안토시아닌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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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1 06:50  |  수정 2025-09-11 08:14  |  발행일 2025-09-11

캐나다는 단풍나무의 나라다. 국기의 가운데에 단풍나뭇잎이 들어 있으며 이 때문에 캐나다 국기를 메이플 리프 플래그(Maple Leaf Flag)라고도 부른다. 이 잎은 단풍나무 중에서 수액에 당분이 많이 들어있는 사탕단풍의 잎이다. 사탕단풍의 수액은 메이플시럽의 원료가 되며 잎이 곱게 물드는 가을에는 단풍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그러나 올해는 캐나다의 단풍이 예년처럼 곱게 물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가뭄 때문이다. 지나친 수분 스트레스로 나뭇잎이 붉게 물들기 전에 말라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을에 나뭇잎이 곱게 물드는 것은 여름 동안 광합성을 하던 엽록소가 기온이 떨어지면서 분해돼 없어지기 때문이다. 잎을 지배하던 엽록소가 없어짐에 따라 숨겨져 있던 카로테노이드가 드러나 잎이 노란색을 띤다. 또 잎이 떨어지기 전에 잎에 있던 질소·인·칼륨 등 필수영양소를 가지나 줄기로 이동시켜 월동 준비를 하는데, 분자가 큰 당분은 이동을 못하고 잎에 과잉 축적된다. 이 과잉 축적된 당분으로 인해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형성되고 이것이 잎을 붉게 물들인다.


그러나 가뭄으로 인해 이런 단계가 진행되기 전에 잎이 말라 죽어버리면 단풍은 구경할 수 없게 된다. 그러한 걱정은 캐나다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여름철 고온과 가뭄이 계속된 지역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이다. 요즘 제철을 맞은 포도에서는 이미 이런 현상이 나타나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붉은색을 거쳐 검게 보일 정도로 보라색이 짙어져야 할 캠벨얼리 포도가 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토시아닌의 부재가 야속하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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