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독도 지켜낸 민초들의 힘…실경뮤지컬 ‘장한상’

  •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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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1 17:43  |  발행일 2025-09-11
국내 최초 자연 절벽 무대로 파격적 연출… 3D매핑 기술·특수효과 주목
뮤지컬 장한상 공연에서 장한상 장군과 군사, 민초들이 함께 나라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운홍 기자

뮤지컬 '장한상' 공연에서 장한상 장군과 군사, 민초들이 함께 나라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운홍 기자

경북 의성 구봉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뮤지컬 '장한상'(11일~14일)은 국내 최초로 자연 절벽을 무대로 삼는 파격적인 연출로 주목받고 있다. 3D 매핑 기술을 통해 거대한 절벽 위에 파도·바람·불꽃이 형상화되고, 특수효과와 무대미술이 결합된 연출을 선보인다.


절벽을 활용한 3D 매핑 실경 뮤지컬이란 형식적 실험과 함께 지역적인 서사를 무대 위로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의성군이 가진 역사적 자산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하며 나아가 독도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재현을 넘어, 지역 출신 장한상 장군이 울릉도와 독도를 수호한 과정을 서사적으로 풀어냈다. 우주의 탄생과 자연의 생성 과정으로 시작된 뮤지컬은 곧 장한상의 일대기로 넘어간다.


뮤지컬 장한상에서 무대 뒤편 절벽에 장한상 장군을 상징하는 호랑이의 모습이 맵핑되고 있다. 정운홍 기자

뮤지컬 '장한상'에서 무대 뒤편 절벽에 장한상 장군을 상징하는 호랑이의 모습이 맵핑되고 있다. 정운홍 기자

울릉도와 독도의 풍경이 무대에 비춰지고, 굿 장단과 해금 선율 속에 무녀와 무용수들이 등장해 바다와 영혼을 상징한다. 이어 장한상이 군사들과 훈련하며 나라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웅장한 합창으로 조선 군인의 기개를 노래한다.


조선 조정과 일본의 외교 갈등, 장한상이 숙종의 명을 받아 수토 길에 나서는 과정, 울릉도·독도 수호의 여정이 웅장한 합창과 전통 음악 속에 펼쳐진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안용복의 활약도 부각된다. 굶주린 백성을 위해 울릉도·독도로 향해 일본 어부들과 맞서 싸웠지만 귀환 후 정치적 판단에 따라 유배를 당하는 비극적 장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에필로그에서 장한상과 출연진이 함께 부르는 '기억하라, 그 이름을'이란 합창은 공연 전체의 주제를 응축하고 있다.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장한상과 안용복의 이름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뮤지컬 장한상에서 안용복을 연기하는 배우 조유신. <조유신 제공>

뮤지컬 '장한상'에서 안용복을 연기하는 배우 조유신. <조유신 제공>

조유신 배우 "민초의 힘으로 지켜낸 독도, 알리고 싶다"


경북 의성군 봉양면에 위치한 연습실 내부는 9월의 선선한 날씨와 달리 열기로 가득했다. 무대 바닥에는 울릉도와 독도의 해안선을 본뜬 동선 표시가 어지럽게 붙어 있고, 배우들의 발 구르는 소리가 천장까지 울려 퍼졌다. 2025년 가을, 조선 숙종 시대 울릉도 수토(搜討) 역사를 다룬 뮤지컬 '장한상'이 막바지 점검에 한창인 현장이다.


연습실 한편에서 땀을 닦던 배우 조유신은 23년전을 꺼내 놓았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부산에서 열린 뮤지컬 '안용복'의 주연이었다"며 "강산이 두 번 변한 지금, 다시 안용복이 되어 무대에 서니, 묘한 감정이 든다"고 했다.


작품은 1694년 울릉도 수토사로 파견된 장한상의 행정적 업적과 안용복의 민간 활동을 입체적으로 교차시킨다. 연습 현장을 지켜보던 인근 주민 김모 씨(68·의성군 봉양면)는 "우리 고장 인물인 장한상 장군이 독도를 지키는 데 그렇게 큰 역할을 했는지 예전엔 잘 몰랐다"며 "동네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소리 지르며 연습하는 걸 보니 공연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조 배우는 안용복을 '조정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비범한 민초'로 정의했다. 그는 "부산에는 안용복이, 의성에는 장한상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며 "두 인물의 협력이 오늘날 독도를 지켜온 근간이 됐다는 점을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느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는 영토 수호의 엄중함이 실려 있었다.


공연은 역사 교육적 요소와 함께 지역 공동체 정체성을 환기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연습실 벽면에는 장한상 장군이 남긴 '울릉도사적'의 주요 문구들이 참고 자료로 붙어 있어, 철저한 고증 과정을 거쳤음을 짐작하게 했다. 조 배우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훌륭한 배우들이 함께 풍성한 무대를 만들고 있다"며 "초가을 저녁, 시원한 바람과 함께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독도를 지켜냈던 300년 전 역사기록은 이번 공연에서 배우들의 몸짓과 소리로 되살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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