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현 (주)루트랩 대표이사
지난 칼럼에 이어 블록체인 기반 가상병원 서비스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죠. 환자의 진료 예약에서 처방전 발급, 의약품 배송, 실손보험 청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안전하고 투명하게 처리하는 통합 서비스입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그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비대면 진료 단계에서 환자는 앱을 통해 병원을 선택하고 DID 인증을 거쳐 본인 신원을 확인합니다. 진료가 끝나면 의사가 발급한 전자처방전이 공인 전자서명이 첨부된 형태로 생성되고, 해당 데이터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저장됩니다. 발급, 전송, 검수, 접수 전 과정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중간에 데이터가 누락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실제로 기존 방식에서는 처방전이 전송 과정에서 약국에 도착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보고됐는데,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약국은 블록체인에서 처방전 정보를 확인하고 조제를 진행합니다. 각 의약품에는 고유 번호가 부여돼 블록체인에 등록되고, 이후 배송 과정의 모든 이력이 기록됩니다. 환자는 앱에서 배송 현황과 담당 기사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수령 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오배송 가능성을 최소화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택배 서비스가 의료 현장에 그대로 옮겨진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 중입니다. 특히 도서·벽지 지역에서는 배송 이력 확인만으로도 환자 불안감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보험 청구 과정도 비슷하겠죠. 환자가 의료비 증명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병원이나 약국에서 발급한 문서가 블록체인을 통해 보험사로 전달됩니다. 보험사는 이 기록을 즉시 검증하고, 절차가 완료되면 보험금을 환자 계좌로 송금하게 될 거고요. 서류 분실이나 위변조 가능성이 사라지니 절차가 훨씬 간결해지고, 처리 속도도 빨라집니다. 과거에는 청구 서류 분실로 몇 주씩 대기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블록체인 기반 검증으로는 하루, 길어도 이틀이면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환자의 치료 연속성과 만족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번 사업에서는 '대구체인' 메인넷 개발 경험과 기술 요소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블록체인 공공분야 집중사업'으로 지원받아 추진되고 있으며, 대구체인에서 검증된 노드 구성 방식과 합의 관리, 로그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해 의료기관, 약국, 보험사, 배송사 간 실시간 연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의 장점은 장애가 발생해도 데이터 손실이 없고, 모든 기록을 위변조 불가능한 형태로 남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각 기관은 동일한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고, 업무 전 과정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컨트랙트를 적용하면 처방·배송·청구 조건을 자동화해, 인력 개입 없이도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 처리가 가능해집니다.
저는 현장에서 이 기술이 기존 중앙집중형 구조에서 반복되던 데이터 유출, 조작, 누락, 장애 문제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차단하는지 직접 보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기관이 하나의 신뢰 기반 위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 나타나는 효율성은 단순한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런 변화는 의료 시스템 전반의 구조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런 변화가 의료 현장과 수혜자 여러분에게 주는 의미를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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