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503건→2024년 298건으로 급감
행안부 지침 개정, 보고서 작성해야 통계 잡혀
"다른 일도 많은데… 보고서 작성 겨를 없어"
행안부 "올해부터 '필요시' 작성으로 지침 개정"

2022년 대구시·기초자치단체 특이민원 발생 현황. 대구시 제공

2024년 대구시·기초자치단체 특이민원 발생 현황. 대구시 제공
#1. 지난 8월 대구 서구의 한 동행정복지센터 민원실. 교통카드 발급을 문의한 뒤 돌아가던 한 민원인이 갑자기 장애인 도우미에게 폭언을 했다.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센터 직원들이 경찰 출동을 언급하자, 그는 고성을 지르며 책상 위 볼펜을 집어 던졌다. 이후 직원이 112에 신고하는 사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2. 지난해말 대구 달서구청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1인 중년 실태조사' 안내문을 받은 한 민원인이다. 그는 "정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냐"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억울함을 쏟아냈다. 그렇게 상담만 30분 가량 이어졌다. 잘 마무리된 듯 싶었다. 하지만 그는 며칠에 걸쳐 술에 취한 상태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했다.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수십분간 업무 방해를 했다.
이처럼 대구지역 광역·기초단체에서 악성·특이민원이 끊이질 않지만 통계 수치상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민원 현장 상황과 '괴리감'이 큰 것. 이는 악성·특이민원의 집계 기준 변경에 따른 '통계상의 왜곡'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대구시와 9개 구·구군청에서 발생한 악성·특이민원 발생 건수는 2022년 1천503건에서 2023년 355건으로 1년새 76% 줄었다. 지난해에도 298건으로 감소세였다. 특히, 대구 중구청과 남구청의 악성·특이민원 건수는 2022년 각각 93건, 161건이었으나 2023년 각각 0건, 11건으로 확 줄었다. 지난해엔 2곳 모두 '0'였다.
표면상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과 보호 조치 강화로, 각 지자체의 고질적인 악성·특이민원 문제가 많이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2022년 7월 '민원인의 위법행위 및 반복 민원 대응 지침' 개정에 따른 정부 지침상 '특이민원 발생보고서'를 작성한 경우에만 악성·특이민원 통계에 반영돼서다. 이로 인해 특이민원 발생 보고서 작성에 부담을 느끼는 공무원이 많아 잠깐의 '감정 소모'와 '속앓이'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일선 구청 직원들의 전언이다.
한 구청 직원은 "민원 전화를 받다 보면 성희롱이나 욕설을 수십 분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빨리 끊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꾹 참고 넘긴다"며 "통화 후 곧바로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하기때문에 일일이 부서 상관이나 감사실에 보고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특히, 보고서까지 쓰며 불쾌했던 일을 다시 떠올리고 싶진 않다. 기록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행정안전부는 특이민원 발생 보고서 작성에 부담을 느끼는 공무원이 많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민원 통계 관리에 대한 행정적 효율성 제고를 요구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앙부처와 광역·기초자치단체 집계 수치를 보면 2022년 4만1천여건에서 2023년 3만8천여 건으로 크게 줄진 않았다"며 "대구에서 유독 건수가 급감한 건 민원 담당자들의 의지 문제다. 그냥 넘어가기 쉬운 민원 상황도 수치 관리를 해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특이민원 발생보고서 작성에 부담을 느낀다는 현장 목소리가 있어, 지난 6월부터 보고서 외에도 구두 보고 등이 이뤄질 경우 이를 통계 수치에 포함하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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