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 사태까지 선포됐던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강릉의 최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도 상승했다. 지난 7월 이후 52일 만이다. "이제 살 것 같아. 진짜 이 비 한 방울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느꼈어." 애타게 비를 기다리던 강릉 시민의 인터뷰다.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제한 급수를 하며 버텼다. 강원 영동 지방은 원래 가뭄이 잦다. 강릉은 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던 반면, 속초에서는 지난달 도심에서 물을 뿌리며 노는 '워터밤' 축제까지 열렸다. 속초시는 2018년 초 가뭄을 계기로 곧바로 지하댐 건설을 추진해 2021년 완공했다. 저장 용량 63만t은 시민 8만여 명이 석 달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위기를 미리 읽고 대비한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의 차이는 이렇게 분명하다.
대구는 또 다른 교훈을 준다. 1991년 구미공단 페놀 유출 사고 등 여러 차례 낙동강 오염 사고를 겪었지만, 이를 계기로 고도정수처리를 도입해 고품질의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한때 '죽음의 강'이었던 금호강도 대규모 하수처리시설 건설로 수달이 돌아오는 강으로 바뀌었다. 대구시는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2015년 세계물포럼을 개최하고, 2019년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 100여 개 기업이 입주한 물 산업 거점도시로 도약했다. 그러나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정적 취수원 확보는 숙제로 남아 있다. 2022년 4월 대구시, 구미시, 환경부 등이 합의한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 협약은 실행되지 못했다. 곧 이어진 지방선거로 바뀐 대구시장과 구미시장이 이견을 보였고, 대구시는 2024년에 안동댐 물을 끌어오는 '맑은 물 하이웨이'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최근 다시 정치적 변화로 인해 정부는 '해평취수장' 재검토를, 구미시는 구미보 위쪽 '일선교'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기후 위기 시대에 강은 시민의 생명줄이고, 물 관리 역량은 도시의 운명을 가르는 리더십의 요체다. 도시의 리더들은 수자원 회복력 확보와 통합 물 관리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물의 가르침을 새겨야 한다. 노자는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라고 했고, 공자는 물의 덕망(德望)을 이야기했다. "물은 두루 베풀어 사사로움이 없으니 덕(德)과 같다. 또 흐르는 곳마다 만물을 이롭게 하니 인(仁)과 같다.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곧게 가기도, 돌아가기도 하니 그 이치를 따르는 것은 의(義)와 같고, 깊은 계곡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는 것은 용(勇)과 같다." 이제 대구 취수원 이전도 상생과 결단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