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앞.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관중들로 입구가 붐비고 있다.<임재양 원장 제공>

2025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 전경. 전 좌석이 매진된 가운데, 트랙과 필드 곳곳에서 준비가 한창이며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임재양 원장 제공>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알리는 공식 포스터. 보라색 바탕에 창을 던지는 선수의 실루엣을 형상화해 역동성을 강조했으며, 대회 슬로건 'Every second, Sugoi.'가 함께 새겨져 있다.<임재양 원장 제공>

임재양(임재양외과의원 원장·게이오대학 법학부 방문연구원).<영남일보 DB>
영남일보는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연재 칼럼을 선보입니다. 대구 중구 삼덕동 한옥 병원에서 40여년간 환자와 함께해온 임재양 임재양외과의원 원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외과 수술에서 유방암·갑상선 진료, 나아가 건강한 먹거리 운동까지, 환자의 삶을 곁에서 지켜온 임 원장은 지금 일본 게이오대학 법학부 방문연구원으로 새로운 전환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는 단순한 유학기가 아닙니다. 일본 사회와 문화, 생활 현장을 직접 관찰하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지혜와 문제를 다시 돌아보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임 원장은 앞으로 2주에 한 번, 일본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본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나눕니다. 의사에서 연구자로, 치료에서 상담으로 나아가는 한 원로 의사의 시선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울림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은 매년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일본은 1년을 대표하는 한자 하나를 선정한다. 2024년은 '금(金)'이었다. 한가지 의미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긍정적, 부정적인 사회현상을 한 마디 단어로 나타낸다. 파리 올림픽에서 역대급 금메달(20개),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금광이었던 사도 탄광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젊은 여성들의 금빛 성형 유행이 있었다. 나는 파리 올림픽 남자 400m 계주에 가장 관심이 갔다. 육상은 흑인이 독무대이고 각광받는 100m 경주, 400m 계주는 동양인에게 난공불락이었다. 그런데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 일본 남자 팀이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받고(경기가 끝나고 1등 자메이카 팀의 도핑 검사 양성으로 일본은 은메달이 되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위를 받자 나는 일본팀을 주시하기 시작했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드디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나도 놀랐지만 세계가 놀랐다. 리우올림픽에서 가장 큰 이변으로 기록되었다. 어떻게 일본이 이렇게 육상이 발전하였는지 궁금했다. 400m 계주는 개인적인 스피드와 바통 터치가 중요하다. 개인 스피드는 자메이카나 미국이 독보적이다. 그런데 남자 400m 계주는 세계 최강인 미국이 20년 동안 메달이 없었다. 주로 바통 터치에서 실수가 있었다. 일본은 전부 개인 기록이 10초 이상이었다. 개인 스피드가 밀리는 일본이 주목한 것은 바통 터치였다. 계주는 바통 터치 구간이 20미터이고 가속 구간은 10m이다. 후발주자는 70m 정도에서 출발을 해서 속도를 붙인다. 그리고 바통 터치 구간 20m 끝에서 터치가 이루면 가장 이상적이다.
바통 터치 방법은 2가지이다. Push pass는 뒤에서 바통을 찔러서 넣어 준다. 개인 스피드가 좋은 미국, 자메이카등 대부분 나라가 사용하는데 약간 늦지만 쉽게 전달한다. Under pass는 바통을 밑에서 위로 전한다. 바통 터치가 빨리 이루어지지만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전하기 때문에 어렵다. 일본은 무수한 연습을 통해서 이 방식을 익혔다. 그리고 세계 상위 팀으로 올라섰다.
스포츠 각 분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전략을 짜고 훈련으로 실전에 접목시키는 과정을 그린 TV 프로그램이 있다. NHK의'ミラクルボディ? (미라클 보디 / Miracle Body)'시리즈이다. 육상 계주의 바통 터치 방법의 장·단점, 기록의 차이를 분석하고 전략을 짜고 훈련을 시켜서 2016년 리우올림픽 은메달 결과를 보여준 특집방송은 나를 매료시켰다. 2020년 도쿄올림픽때 일본은 남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기대했으나 바통 터치에서 일본도 실패를 했다. 일본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창던지기에서도 최초로 금메달을 받았다. 스포츠는 과학이다. 잘 뛴다고 1등 하는 것도 아니고 못 뛴다고 꼴찌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가진 장단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우리에게 맞는 전략을 짜면 우리도 못 하란 법은 없다.
이번 2025년 9월 13~21일 도쿄 세계육상 선수권은 개막식부터 관중이 밀려들었다. 모든 경기 표가 매진되었다. 스타디엄에서 만난 관중들은 어떻게 일본이 육상 강국이 되었는지 할머니도 알고 있었다. 관중, 체육회가 어우러진 잔치였고 성적으로 나온 것이다. 이번 주 남자 400m 계주 결과가 기대된다.
임재양(임재양외과의원 원장·게이오대학 법학부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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