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갈팡질팡 취수원사업…차라리 새로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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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8 06:04  |  수정 2025-09-17 17:02  |  발행일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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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기본적으로 오염원 관리가 어렵다. 우기 때가 되면 강 주변에 있는 온갖 부유물이 다 떠내려 간다. 농약도 스며들 수 있다. 그래서 세계 주요 도시는 댐 저수지를 핵심 취수원으로 사용한다. 강에서 직접 취수하는 도시도 있지만, 안정적으로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댐을 통한 저수지 취수'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방식이다. 템스강 수계에 인공 저수지(댐 형태의 리저버)인 '킹조지 저수지(King George Reservoir)'를 만들고 여기서 취수와 정수 과정을 거쳐 전역에 공급하는 영국 런던시가 대표적이다. 외부로부터 수질을 보호할 수 있고, 고도 정수처리를 병행해 안전하게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어서다.


대구시민들은 유독 수돗물에 민감하다. 수돗물에 무언가 이상이 있다고 하면 경끼를 한다. 1991년 3월 14일 발생한 구미공단 페놀 유출 사고는 충격 그 자체였다. 오죽하면 생수를 돈주고 사먹는 계기가 됐을까. 지금은 매우 흔하고 지극히 당연하지만, 페놀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물을 돈내고 사먹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후에도 1.4-다이옥신(2002년), 퍼클로레이트(2006년) 등 유해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아 '수돗물 포비아'를 일으켰다. 이게 다 낙동강을 취수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안동댐의 물을 끌어다 수돗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예산이 문제였다. 안동댐 직 하류에서 낙동강 매곡·문산정수장까지 110㎞에 달하는 도수관로를 깔아야 하는데 자그만치 1조5천억원이 필요해서다. 이렇게 해도 하루에 46만t밖에 공급하지 못한다. 현재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가 매곡(70만t)·문산(20만t)정수장에서 퍼올리는 수량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나머지 44만t은 어디서 구하나.


대구시민들은 하루에 134만t의 수돗물이 필요하다. 시상수도본부는 매곡·문산(90만t)을 포함해 고산(35만t)·가창(5만t)·공산(4만t)정수장에서 44만t을 공급해 이를 맞춘다. 매곡과 문산을 제외한 고산·가창·공산정수장은 댐에서 원수를 취수한다. 고산은 청도 운문댐, 가창은 달성 가창댐, 공산은 팔공산에 있는 공산댐에서다. 이들 3개 정수장 물이 매곡·문산보다 좋다는 건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고산정수장에서 수성구에도 수돗물을 공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성구에 살면 물도 혜택을 받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만큼 대구사람들에게 물은 민감하다.


낙동강물은 불안하기 짝이없고, 댐물이 좋은데 안동댐은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 그렇다면 매곡·문산정수장 인근에 런던처럼 댐 형태의 '식수 전용 인공 저수지'를 만들면 어떨까. 마침 경북 봉화댐이 건설 중인데, 310만t의 저수용량을 갖춘 규모로 총사업비는 500억원가량이라고 한다. 해묵은 일이지만 낙동강 매곡·문산정수장 상류인 구미 해평으로 취수원을 옮기는데도 족히 1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구미공단 위쪽 낙동강물을 원수로 취수하는 방안으로, 공단 폐수의 오염 가능성을 줄일 수 있지만 결국 강물의 한계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대구시민들은 지치고 또 지쳤다. 도대체 언제까지 '취수원 다변화'니 '맑은물 하이웨이'니 하며 세월만 보내고 있는 안전한 수돗물 공급 사업을 지켜만 봐야 하나. 이젠 대구시가 결정해야 한다. 정부도 '먼 산 불 구경'만 하지 말고 적극 나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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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담당 에디터(부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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