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경쟁력이다'를 주제로 강연

송승환 예술감독이 16일 오후 대구 동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영남일보 CEO아카데미에서 '문화가 경쟁력이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송승환 예술감독이 16일 오후 대구 동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영남일보 CEO아카데미에서 '문화가 경쟁력이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과거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따라붙었지만 이제는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가 왔습니다.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도 큰 몫을 했지만, 그 근본에는 문화를 통한 국가 이미지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국 창작공연 '난타'의 세계화를 이끌고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을 연출한 송승환 예술감독이 16일 열린 영남일보 CEO아카데미에서 '문화가 경쟁력이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송 감독은 연출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들려줬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은 뽑혀야만 일할 수 있는, 어찌 보면 수동적인 직업"이라며 "8살에 데뷔해 줄곧 연기를 하다 보니 스물한 살 무렵에는 누군가 캐스팅해주길 기다리기보다 내가 직접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가 연출에 도전한 1978년은 연극이나 음악회를 돈을 주고 본다는 인식이 아직 자리 잡지 않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기였다. 송 감독은 "주변 지인들조차 초대권을 요구해 공연을 올리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초기에는 적자를 연기 수입으로 메우기도 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고 회상했다.
송 감독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장 자체를 넓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언어 장벽을 넘어야 하고, 풍부한 자본을 등에 업은 해외 프로듀서들과 경쟁하려면 한국적인 독창성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사물놀이가 적합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그는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을 등장인물로 세우고, 그들 간의 갈등을 드라마로 꾸미면서 중간중간 주방 기구를 두들기는 사물놀이 리듬을 넣으면 어떨까 구상했다"며 "그게 바로 '난타'의 첫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1997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초연한 '난타'는 호평 속에 가능성을 입증했다. 1999년에는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한 달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송 감독은 "지금까지 350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2년 뒤면 난타가 30주년을 맞는다"며 "이렇게 오래 이어질 줄은 예상 못했지만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신의 일 선택 기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중요한 건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그 일이 얼마나 재미있느냐"라며 "재미있어야 최선을 다할 수 있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크게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 감독은 끝으로 한국 문화의 지속적인 힘을 강조했다. 그는 "오랫동안 '한'이었던 우리의 정서가 '흥'으로 바뀐 지 이제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100년, 200년 동안 한국 문화는 계속 발전할 것이고, 여러분이 하시는 일에도 문화가 접목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윤화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