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이 총장 시설 대구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인성 특강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1988년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2021년까지 33년간 대학과 운명을 함께 했다. 해직과 복직, 직선제를 통한 두 차례 총장 당선, 학생들이 열어준 취임식…. 한국 대학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경험을 했다. 그는 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이다.
홍 전 총장이 그 치열한 발자취를 기록해 책으로 펴냈다.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이다. 33년간의 대구대의 역사와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몸담은 대구대는 총장 장기 부재와 재단의 독선과 비리, 교수와 학생들의 끈질긴 저항, 교육부의 개입과 임시이사 체제, 그리고 재단 정상화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간직한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은 단순히 사건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대학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묻는다. 특히 '불평등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민주주의는 어떻게 가능한가' '사회운동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등을 연구해왔듯, "민주주의가 경쟁력"이라는 교훈을 강조한다.
평교수 시절 대학 민주화에 헌신하다 해직되고, 재단 정상화를 이끈 저자는 총장직을 수행할 때도 "대학을 대학답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굵직한 개혁을 이끌었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 유치, 산학협력 강화, 특수교육과 사회복지 분야의 확장, 친환경 녹색 캠퍼스 조성 등은 그 구체적 성과였다. 무엇보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라는 새로운 대학 브랜드를 내세웠다. 학생 중심 대학 경영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당시 대학 사회에서는 낯설었지만, 그 후 다른 대학들과 지자체에 유사한 슬로건이 유행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생존 경쟁 속에서 민주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교권과 학습권을 위협받는다. 저자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학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홍덕률 지음/한티재/536쪽/3만3천원
더불어 한 대학 차원의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의 변화만으로는 한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일침한다. 오늘날 대학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는 중장기 안목의, 거시 수준의, 국가 차원의 총체적 대학혁신을 요구한다. 국립대와 사립대, 연구 중심 대학과 교육 중심 대학,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역할 조정, 사립대학 지배구조의 선진화, 대학 평가 체제 개혁과 부실 대학 퇴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투자 확대까지 포괄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대학혁신 정책은 초중등 교육과 평생교육, 더 나아가 국가균형발전과 사회 대개혁의 청사진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장별로 살펴보면, 1부 '대구대학교 민주화 1기'에는 대구대 민주화, 해직 및 임시이사 파견, 구재단, 지역 지식인으로서의 경험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2부 '대구대학교 민주화 2기'에서는 총장직 도전 과정, 재단 정상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상세히 펼쳐진다. 마지막 장인 3부 '대학을 지속 가능하게, 대학을 대학답게'에선 대학구조 개혁, 장애 학생 교육권 확충, 학생들과의 소통 등 대학혁신을 이끈 사례를 소개하면서도 앞으로의 과제도 제시한다.
저자는 "전면적인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에 대구대가 입증해 보인 '민주주의가 경쟁력'이라는 명제가 다시 한 번 주목받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며 "이는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또 하나의 이유"라고 밝혔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