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시 도개면에 문을 연 경북 최초의 밀 제분공장에서 생산되는 구미밀가리<구미시 제공>

김장호 구미시장이 구미에서 자란 밀 수확을 돕고 있다.<구미시 제공>

구미 밀가리로 만든 빵<구미시 제공>
어두운 창고 안. 검은 옷차림의 두 남성이 무엇인가 은밀한 거래를 하려는 듯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예상은 적중했다. 한 남성이 "물건부터 확인하자"고 하자 다른 남성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흰 가루가 든 봉지 하나를 꺼내들며 "신상 중에 신상"이라고 자랑한다. 물건을 건네받은 맞은편 남성은 흰 가루를 코로 들이킨 후 세상을 다 가진 듯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이어 "아주 깔끔하군"이라며 만족해한다. 그러자 흰 가루를 건넨 남성은 "곧 도심에 확 퍼질 것"이라며 가방에서 큰 봉지 하나를 꺼낸다. 봉지 안에 든 흰 가루의 정체는 바로 구미밀가리다. 구미시청 뉴미디어팀 유학근 주무관이 제작해 구미시청 공식 유튜브에 게시된 이 영상은 기발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으로 인기를 얻으며 구미밀가리를 알리고 있다. 영화 '독전'을 패러디했다. 밀가리는 밀가루의 경상도 사투리다.
30일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구미시 도개면에 문을 연 경북 최초의 밀 제분공장에서 생산되는 구미밀가리는 올해 8월말까지 208t을 생산해 3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미 외에 서울 업체와 15t, 스마트스토어까지 진출하는 등 유통망을 넓혔다. 구미밀가리를 활용한 제품도 속속 개발돼 신라당베이커리는 우리밀 빵 8종, 이티당충전소는 우리밀 약과 마카롱을 선보였다. 토끼밀은 우리밀 떡볶이를 개발해 로컬푸드 매장과 학교급식에 납품을 시작했다.
구미밀가리는 특히 T45(제면), T55(식빵), T65(통밀), T50(카스테라) 등 프랑스 밀가루 등급 체계를 적용해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빵에 맛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월에는 제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밀겨를 활용한 편백비누와 샴푸바가 출시되며 생활 제품으로 영역이 확장됐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밀가리는 지역 농업과 식품 산업, 관광을 함께 키워가는 전략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농가와 기업, 시민이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가치사슬을 구축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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