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병원들, 추석 10일 연휴 앞두고 ‘응급실 공포’ 고조”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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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30 17:54  |  발행일 2025-09-30
W병원 이틀간 응급실 환자 161명, 수술만 55건…의료진 탈진
고령 낙상 환자 급증…“합병증 많아 수술 긴장감 배가”
간호사 사직 잇따르며 인력 공백 심화…남은 의료진 악순환
대형병원 쏠림 가속, 중소병원 협력 부재…추석 ‘의료 공백’ 우려
전문가 “응급 인력 지원·환자 분산 없인 지역 의료 붕괴” 경고
대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긴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들것에 태워 수술실로 옮기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환자가 몰리면서 응급실과 수술실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영남일보 DB>

대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긴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들것에 태워 수술실로 옮기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환자가 몰리면서 응급실과 수술실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영남일보 DB>

"지난 토요일에 28건이고, 일요일도 27건이었어요. 수술실 불이 꺼질 새가 없어요." 대구 W병원 외상센터 의사의 말이다. 지난 27~28일 이틀간 이 병원 응급실에는 수술환자 포함 각각 71명, 90명이 내원했다. 하루 수십 건의 응급 외상 수술이 이어졌고, 환자 중 상당수는 80~90대 고령자였다. 빗길에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은 노인들이 줄줄이 수술대에 올랐다. 고령층은 마취와 출혈 위험이 큰 탓에 수술 난이도가 높아 수술실과 중환자실 모두 극도의 긴장 상태가 유지됐다.


7일간(10월 3~12일)의 역대 최장 추석연휴가 임박하자 대구지역 일선 병원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평소에도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응급실과 수술실이 포화 상태인 터라 의료진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연휴 포비아'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대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연휴 기간 응급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곧바로 병상 찾기 전쟁이 시작된다"며 "중증·외상 환자는 대형병원으로 몰려 의료진은 과중한 업무로 탈진 직전까지 내몰린다"고 했다.


달서구 한 병원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루 수십 건의 외상 수술이 이어지자 젊은 간호사들 사이에선 사직서를 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응급실·수술실 인력이 빠져나가면 남은 의료진은 더 많은 환자를 떠맡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고령화는 이 같은 의료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령층은 빗길 넘어짐이나 가벼운 넘어짐에도 쉽게 골절부상을 입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연이어 집도해야 한다.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노인환자는 수술 자체보다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합병증이 많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일선 병원 현장은 이미 '비상 근무표' 작성에 들어갔다. 일부 병원은 의사·간호사의 휴가를 제한하고, 전담인력을 24시간 대기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의료진 사이에선 "연휴 때 환자가 몰리면 수술실이 멈출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역 의료계는 응급환자 적체와 의료진 과부하가 겹쳐 '연휴 의료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석연휴가 지역 의료시스템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이에 응급의료 인력을 추가 지원하고, 중소병원이 환자를 분산 수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간호사 인력난에 대해선 "휴일수당 지급과 근무환경 개선 등 현실적 대책 없이는 잘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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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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