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긴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들것에 태워 수술실로 옮기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환자가 몰리면서 응급실과 수술실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영남일보 DB>
"지난 토요일에 28건이고, 일요일도 27건이었어요. 수술실 불이 꺼질 새가 없어요." 대구 W병원 외상센터 의사의 말이다. 지난 27~28일 이틀간 이 병원 응급실에는 수술환자 포함 각각 71명, 90명이 내원했다. 하루 수십 건의 응급 외상 수술이 이어졌고, 환자 중 상당수는 80~90대 고령자였다. 빗길에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은 노인들이 줄줄이 수술대에 올랐다. 고령층은 마취와 출혈 위험이 큰 탓에 수술 난이도가 높아 수술실과 중환자실 모두 극도의 긴장 상태가 유지됐다.
7일간(10월 3~12일)의 역대 최장 추석연휴가 임박하자 대구지역 일선 병원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평소에도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응급실과 수술실이 포화 상태인 터라 의료진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연휴 포비아'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대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연휴 기간 응급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곧바로 병상 찾기 전쟁이 시작된다"며 "중증·외상 환자는 대형병원으로 몰려 의료진은 과중한 업무로 탈진 직전까지 내몰린다"고 했다.
달서구 한 병원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루 수십 건의 외상 수술이 이어지자 젊은 간호사들 사이에선 사직서를 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응급실·수술실 인력이 빠져나가면 남은 의료진은 더 많은 환자를 떠맡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고령화는 이 같은 의료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령층은 빗길 넘어짐이나 가벼운 넘어짐에도 쉽게 골절부상을 입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연이어 집도해야 한다.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노인환자는 수술 자체보다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합병증이 많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일선 병원 현장은 이미 '비상 근무표' 작성에 들어갔다. 일부 병원은 의사·간호사의 휴가를 제한하고, 전담인력을 24시간 대기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의료진 사이에선 "연휴 때 환자가 몰리면 수술실이 멈출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역 의료계는 응급환자 적체와 의료진 과부하가 겹쳐 '연휴 의료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석연휴가 지역 의료시스템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이에 응급의료 인력을 추가 지원하고, 중소병원이 환자를 분산 수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간호사 인력난에 대해선 "휴일수당 지급과 근무환경 개선 등 현실적 대책 없이는 잘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