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나를 돕는 기부

  • 조윤화
  • |
  • 입력 2025-10-08 15:49  |  발행일 2025-10-08
조윤화기자〈사회1팀〉

조윤화기자〈사회1팀〉

영남일보는 창간 80주년을 맞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손잡고, 나눔 캠페인 '(통) 크게 (나)누고 (무)조건 베푸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번 연재는 지역 곳곳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삶을 깨알같이 기록해, 기부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추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지난 몇 달간 취재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인터뷰 대상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였던 태도였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이름이 지면에 크게 드러나는 것을 한사코 원하지 않았다. "뭐 이 정도를 기사로 쓰냐"는 반응이 쉼없이 반복됐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를 진중하게 살펴보면 그 겸손이 바로 진짜 '나눔의 얼굴'이라는 것을 능히 알 수 있었다. 28년간 매달 하루를 비워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쌀을 전달하는 중소기업 대표, 은퇴 후 유교 경전을 공부하며 남을 위해 의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10년간 모은 돈 1억원을 기부한 전업 주부의 얘기가 뇌리에 오래 남는다.


기부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기부는 남을 돕는 일이지만, 결국엔 나 자신을 돕는 일"이었다. 처음엔 이 말이 쉽게 와 닿지 않았다. 곱씹어 보니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데서 오는 깊은 자존감과 맞닿아 있었다. 기부를 당연한 일처럼 실천해온 이들과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기자 역시 자연스레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다. 반려동물 이름으로 정기 기부를 하는 '착한펫 나눔'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나와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 이름으로 시작한 소소한 나눔이었지만, 이 또한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마주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기부를 기사화하는 게 혹시 보여주기식으로 읽히지 않을까" 하는 대상자들의 우려, 나눔이 소수의 헌신에만 의존하는 현실 등이 그것이다. 청년층 참여는 상대적으로 미약했고, 나눔을 제도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지원 구조도 아직은 빈약해 보였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대구는 다른 도시와 비교했을 때 인구 대비 기부자 수는 많지 않은 편이지만, 소수의 기부자들이 고액을 기부하는 특징을 지닌다"며 "나눔이 널리 확산되기 위해선 소수의 헌신을 넘어 '생활 속 기부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작은 통나무 하나로는 큰 집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수많은 통나무가 모이면 튼튼한 숲이 되고, 그 숲은 세대를 이어 그늘을 드리운다. '통나무 시리즈'를 통해 기록된 나눔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작지만 수많은 동참을 견인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기자 이미지

조윤화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