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의 시와 함께] 안상학 ‘단천 마을’

  • 신용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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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0 06:00  |  발행일 2025-10-19
신용목 시인

신용목 시인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적벽을 마주한 이 마을에는 개를 전혀 키우지 않는다는데 그 까닭으로는 우선 개를 가져다 놓으면 어쩌다 한번 짖은 자기 목소리가 적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소리에 놀라 더 큰 소리로 짖고 그러면 그 소리는 더 큰 소리로 돌아와 결국 개는 밤새워 자기 목소리와 싸우다가 지쳐 사흘 밤을 못 넘기고 죽어 나자빠지기 때문이라는데, 사실 그보다는 사람들이 당최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면 죽은 개들이 웃을지도 모를 일인 것은 섣달이면 숫제 강이 쩡쩡 얼어 몸 트는 소리가 밤새 쩌엉쩌엉 울려도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잔다는 말씀.


- 안상학 "단천 마을"


인간은 결국 '그곳'의 인간일 수밖에 없다. '어디에 사냐'는 질문이 유력한 이유는 여기 당도한 그가 그곳에서부터 이어져 있다는 실감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의 '장소'는 그에게 존재를 내어준 이 세계의 질서 자체이다. 말하자면 그곳은 당신을 당신으로 승인한다. 자리를 가지지 않고서는 이 세계의 권리를 가질 수 없다. 장소는 당신 자신이다. 그렇게 '단천 마을'의 적벽은 당신의 적벽이 된다. 거기 개 짖는 소리가 있다. 저 이야기가 있는 한 그들은 개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단천'이라는 이름 속에 개가 있고 삶의 방법과 사랑의 이유가 있다. 부재로서 늘 거기 있는 개. 그래서 어디에 있든 이제 그들은 늘 단천 마을을 산다. 그곳을 떠나도 부재로서 늘 거기 있는 사람이 된다. 그들의 잠 속에는 강이 얼어 몸 트는 소리가 쩡쩡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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