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주년 경찰의 날]범죄 피해자의 보이지 않는 상처 보듬는 ‘피해자심리전문요원’…대구 강북서 정하나 경사

  •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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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0 17:27  |  수정 2025-10-21 11:29  |  발행일 2025-10-21

대구 강북서 여성청소년계 정하나(여·39) 경사

심리학 석사… 심리상담 관련 경력 10년

범죄 피해자 심리 상담 후 유관기관 연계해

생계비·이사비 등 필요한 도움 받도록 도와

대구강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피해자심리전문요원으로 근무 중인 정하나 경사가 20일 청사 사무실 앞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강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피해자심리전문요원으로 근무 중인 정하나 경사가 20일 청사 사무실 앞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강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피해자심리전문요원으로 근무 중인 정하나 경사. 조윤화 기자

대구강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피해자심리전문요원으로 근무 중인 정하나 경사. 조윤화 기자

"'우리동네 정반장' 같은 경찰로 기억되고 싶어요. 시골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늘 찾는 사람이 있잖아요. 범죄 피해자들에게 언제든 마음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대구 강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정하나(여·39) 경사는 2018년 CARE(피해자심리전문요원) 특채로 입직했다. 연간 300여명의 범죄 피해자들을 만나 마음을 보듬어 준다. 의료·생계비 지원 등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보이지 않는 상처를 돌보는 경찰'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정 경사는 심리학 석사과정을 마친 후 경찰이 되기 전 사회복지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군 부대 등에서 10년 넘게 심리상담을 했다. 그는 "상담을 오래 하다 보니, 말하자면 '최전방'에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피해자심리전문요원에 지원했다"고 했다.


피해자심리전문요원 주요 업무는 살인·성폭력·사기 등 각종 범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 상담이다. 피해자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생계·이사비 등 지원이 필요하면 관련 기관과 연계해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강력범죄로 피해자 집에 혈흔 등 오염이 발생했을 때 현장정리도 이들의 몫이다.


정 경사는 심리전문요원으로 일하며 피해자의 고통에 다가서는 방식을 비로소 배웠다고 했다. 지양해야 할 상담 표현이 무엇인가도 깨달았단다. 그는 "마음은 공감하되, 피해자 마음을 다 안다곤 하지 않는다"며 "'아빠가 살인자 돼 봤어? 당신이 이런 일 겪어봤어?'라고 되물으면 말문이 막히고, 오히려 피해자의 상처가 더 깊어질 수 있겠더라"고 했다.


그가 맡은 첫 사건은 직장 내 살인미수 사건의 피해자 상담이었다. 그 피해자는 사건 이후 피의자와 함께 직장에서 해고됐다. 피해자는 당시 심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상담이 쉽지 않았다. 그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손가락질과 모욕도 받았지만 생계비 등 필요한 지원이 연결되면서 피해자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며 "언젠가 그 피해자가 직접 경찰서를 찾아와 '정말 고마워요'라고 했다. 그 한마디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금도 복지 이슈 정보를 따로 정리하며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일을 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일은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탓할 때라고 했다. 정 경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 할 때가 많다"며 "그럴 때마다 '이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수십 번씩 들려준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상처받은 이들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의미가 있다"며 "아직 피해자심리전문요원 존재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상담이 필요한 범죄피해자들이 있다면 언제든 경찰서 문을 두드려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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