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대구에서 태어난 가객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는 세월의 흐름속에서 성찰과 새로운 출발을 노래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왔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민선지방자치 또한 마치 인생의 서른을 맞이한 청년처럼 지난 시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숙해가고 있다. 지난 30년은 제도의 정착과 발전을 위한 과정이었다.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도시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성과를 일구어 왔고, 지역의 자율과 시민 참여라는 소중한 가치를 키워낼 수 있었다.
지방자치는 단순한 행정체계 변화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실질적 확장과 지역발전 전략의 자율적 모색이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지방자치 틀 안에서 시민 참여와 지역 공동체 성숙, 산업 구조 대전환, 도시 인프라와 정주여건 개선, 문화예술 진흥을 통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 등 굵직한 변화를 이끌어왔다. 이러한 성과들은 모두 시민 참여와 자치역량이 더해져 가능했던 결과이다. 지방자치가 단순한 제도의 운영을 넘어 대구 발전의 원동력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성과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들도 여전히 적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중앙 의존적 재정구조는 여전히 지방자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의 불균형한 세수 비율은 예전부터 지방자치제도 발전의 걸림돌로 매번 지적되고 있다.
물론 지방재정 확충과 지방의 자율성 제고를 위한 재정분권 정책이 조금씩 진일보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재정적 기반은 지역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시민참여의 실질적 확대도 중요한 과제이다. 1994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투표제도의 도입 근거가 마련됐고, 이후 주민조례· 주민참여예산·주민소송·주민소환제도까지 시민의 직접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과정들은 이미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구 요건의 높은 허들이나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 등으로 실제 지역의 현안 해결을 위해 상기 제도들이 활용되는 경우는 제한적으로 보인다.
중앙과 지방정부 간 수직적 권력배분 문제 역시 남아 있다. 우리나라 최상위법인 헌법에서 국가기관이 지방자치에 관한 입법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으며,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까지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언제든 국가기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과 자치권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실제로 감사, 예산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관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첫째, 재정분권을 과감하게 확대해 지역이 자율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주민참여제도의 형식적 완비를 넘어, 시민이 정책의 동반자이자 실행 주체로 나설 수 있게 청구요건 완화 등 참여 문턱을 낮춰야 한다. 셋째, 보충성의 원칙에 입각해 국가와 지방 간 권한관계를 합리적으로 정립하고 조정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지방자치는 진정한 의미의 '자치'로 완성될 것이다.
현재 대구는 미래를 향한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첨단의료, 미래형 모빌리티, 에너지 신산업 등 신성장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또한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을 통해 동북아 물류, 관광, 비즈니스의 거점도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시민과 함께하는 지방자치가 있다.
지난 지방자치 30년은 민주주의의 성숙과 지역 발전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지방이 국가 발전을 주도하는 시대가 돼야 하며,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힘을 모으고 자치의 정신이 뿌리내릴 때 대구는 더 큰 대한민국을 이끄는 선도 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변화 속도는 빨라지고 과제는 더 복잡해지고 있지만 시민과 함께라면 대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김정기<대구시장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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