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차전지 순환경제 생태계 포럼'에서 좌장을 맡은 정우철 포스텍 교수가 포럼의 의미와 K-배터리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국내 최초로 '2차전지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이라는 담론이 대구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에서 제기됐다. 글로벌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와 대구시, 지능형자동차부품연구원(KIAPI) 주관으로 열린 '2차전지 순환경제 생태계 포럼'에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에 대응해 '2차전지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과 '벨류웹(Value Web, 가치망)'으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포럼의 좌장을 맡은 정우철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에게 포럼의 의미와 K-배터리 산업이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정 교수는 먼저 "글로벌 산업계는 '제조'에서 '순환'으로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이슈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국내 수준은 '재활용(Recycling)'에 머물러 있지만, 이는 본질적인 '순환(Circulation)'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완전한 순환이란 투입 자원부터 폐기물까지 전(全)주기를 관리해 지속가능성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번 포럼의 다른 핵심 화두는 기존 '밸류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을 넘어선 '밸류웹'으로의 전환이다. 정 교수는 두 개념의 차이를 명확히 했다. "밸류체인이 단일 산업 내 재활용에 그친다면, 밸류웹은 연결된 모든 산업 분야에서의 순환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한 그는 "2차전지 산업은 소재, 부품, 완성차, IT(정보기술) 등 다양한 산업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밸류웹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글로벌 규제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설명하며 "단순한 밸류체인이 아닌, 국내 관련 산업군이 통합된 연계(밸류웹) 안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측면에서 균형 잡힌 산업 체계를 갖춘 한국이 우위에 있으며, 이는 대구경북이 기존 산업에서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급한 국내 과제로는 비효율적 물류와 관리 체계 부재를 꼽았다. 1세대 전기차 수명이 다하는 2027년쯤이면 사용 후 배터리에서 회수되는 자원이 채굴 자원과 동등해질 전망인데, 정 교수는 "대량의 사용 후 배터리를 안전하게 적재하고 관리할 국가적 체계가 아직 없다"고 우려하며 "제주도 사례처럼 이송, 적재, 안전관리, 자원회수의 전 과정이 단일 체계로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경북 배터리특구 내에 효과적인 자원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기업은 효율성 확보를 넘어 환경·부산물 처리 기술, 나아가 열린 순환 생태계 구축으로 나아간다"면서 "단순 제조업을 넘어 소재, 환경, 자원회수 등 모든 기술과 기업이 연계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산업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지식을 공유할 '새로운 개념의 산업단지' 확립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대구경북의 역할에 대해 "기존 제조업 기반에 부산물·폐기물 처리, 자원 회수, 사용 후 배터리 관리 체계가 더해진다면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술은 머리로 만들지만, 순환의 기술은 간절한 마음에서 나온다"며 "K-배터리의 지속가능성은 전주기 순환 체계 완성에 달린 만큼, 이번 포럼이 그 역량을 결집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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