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운트다운 APEC, 경주는 세계무대에서 통할 것인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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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7 06:51  |  수정 2025-11-02 14:01  |  발행일 2025-11-02

'경주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APEC 스스로 추구하는 글로벌 경제협력의 가치를 넘어 파생적인 의미를 던진다. 무엇보다 국내적으로 보면 인구 24만의 전통도시 경주에서 세계적 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은 기념비적 사건이다. 한국에서는 역대 비중 있는 국제회의는 거의 수도 서울의 독차지였다. 기껏해야 부산, 제주 정도가 나눠가지는 식이었다. 경주APEC의 성공은 한국의 중견도시도 세계적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리는 시험대이다.


경주APEC에는 무려 21개국 정상들이 몰려온다. 세계 양대 파워(power)로 불리는 미·중의 트럼프와 시진핑은 물론, 일본 신임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선을 보인다. 둘 다 1986년생 39세 최연소로 국제무대에는 생소한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페루의 호세 헤리 대통령도 경주를 찾는다. 세계적 기업가들도 경주에 모습을 보인다. 28~31일 열리는 APEC CEO 서밋에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아마존의 맷 가먼, 구글의 사이먼, 존슨앤존슨의 호아킨 두아토 등 1천700여명이 참가한다. 글로벌 CE0들은 'Bridge, Business, Beyond(3B)'를 주제로 지역경제통합, AI·디지털 전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심도 깊은 세미나를 갖는다. 경주란 천년도시가 21세기 현시점의 글로벌 담론을 울리는 공간이 된 셈이다. 당연히 경주의 성공은 중앙집권적 구조에 익숙한 대한민국의 지방도시도 세계로 향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의미가 있다.


APEC이 경주의 미래에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다. 경주는 수백억원을 들여 도로를 새로 포장하고, 경제전시관을 비롯 인프라를 깔았다. 외형적인 시설물 단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APEC을 디딤돌로 '천년도시 경주의 찬란한 정신, 한국전통의 뿌리'를 세계에 알리고 지구촌 사람들이 경주를 찾게 하는 과제이다. 이른바 'POST-APEC' 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삼국통일과 산업화를 이끈 경북의 정신을 발판으로 APEC에서 발굴한 관광프로그램을 극대화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물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국제적 시선이 집중된 현재가 경주와 경북의 호기이다.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중인 애니메이션 영화 'K-POP 케데헌'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명제를 새삼 입증하고 있다. 경주 황리단길과 동궁과 월지(안압지)에는 벌써부터 해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주APEC은 '경주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긍심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천년도시 경주의 무한한 자부심이 만개할 기회이다.



[사설] "집권 때 하시지…", 李대통령의 TK신공항 뼈있는 농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때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국가사업으로 해달라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건의에 대해, "전에 집권했을 때 하시지 그려셨어요"라는 뼈 있는 농담을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실현 가능하도록 검토하겠다"면서도 "쉽게 약속하긴 어렵다", "오늘 의제로 안 삼은 것은 아직은 충분히 준비가 안돼 답변을 못 드린다"는 등의 말을 했다. TK신공항 건설을 국가사업으로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대통령의 농담 속에는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메시지가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의힘 정부 때 왜 국가사업으로 추진하지 않았느냐고 대구를 비꼬는 말이 아니라, 정책추진의 일관성과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의 책임을 묻는 말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구정치권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윤석열 정부 시절에는 국가사업의 적극적 요구는 없었다. 대구시는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매달리다가 안되자 '공공자금관리기금' 지원을 요구했고, 이도 여의치 않자 지역 정치권에서 국가사업화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그런 요구가 나온 것인 만큼, 국민의힘 집권 때는 가만 있다가 정권이 바뀌니 국가사업으로 해달라 하느냐는 지적을 대구사회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선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미흡함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국민의힘 시장만 있었던 대구에서 박근혜·윤석열 정부때 TK신공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을 반성한 뒤, 국가사업화를 요구해야 한다. 지역민에게 현실을 있는 대로 알리고, 향후 계획을 진솔하게 설명하며 신뢰도 쌓아야 한다. 지역내 이해관계를 조정할 주체로서 역할 도 충실히 해야 한다. 그래야 TK신공항 건설을 국가사업으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냉정하게 따지면 TK신공항 건설의 국가사업화 요구는 충분한 명분이 있다.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의 본질은 대구시 편의사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국가사무다. 그래서 군공항 이전 비용을 대구에 떠넘기는 것은 '나라의 갑질'이라는 주호영 의원의 지적이 맞다. 따라서 TK신공항은 이제 명확히 국가가 책임지는 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


TK신공항은 단순한 공항 건설을 넘어 물류·산업·관광이 결합된 대구경북의 미래 성장 거점이다. 대구경북의 100년 먹거리를 좌우할 핵심 인프라이고, 국가균형발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업구조가 재설계돼 정부 재정이 직접 투입되야만 완공될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책임은 인정하되 추진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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