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APEC 스스로 추구하는 글로벌 경제협력의 가치를 넘어 파생적인 의미를 던진다. 무엇보다 국내적으로 보면 인구 24만의 전통도시 경주에서 세계적 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은 기념비적 사건이다. 한국에서는 역대 비중 있는 국제회의는 거의 수도 서울의 독차지였다. 기껏해야 부산, 제주 정도가 나눠가지는 식이었다. 경주APEC의 성공은 한국의 중견도시도 세계적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리는 시험대이다.
경주APEC에는 무려 21개국 정상들이 몰려온다. 세계 양대 파워(power)로 불리는 미·중의 트럼프와 시진핑은 물론, 일본 신임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선을 보인다. 둘 다 1986년생 39세 최연소로 국제무대에는 생소한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페루의 호세 헤리 대통령도 경주를 찾는다. 세계적 기업가들도 경주에 모습을 보인다. 28~31일 열리는 APEC CEO 서밋에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아마존의 맷 가먼, 구글의 사이먼, 존슨앤존슨의 호아킨 두아토 등 1천700여명이 참가한다. 글로벌 CE0들은 'Bridge, Business, Beyond(3B)'를 주제로 지역경제통합, AI·디지털 전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심도 깊은 세미나를 갖는다. 경주란 천년도시가 21세기 현시점의 글로벌 담론을 울리는 공간이 된 셈이다. 당연히 경주의 성공은 중앙집권적 구조에 익숙한 대한민국의 지방도시도 세계로 향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의미가 있다.
APEC이 경주의 미래에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다. 경주는 수백억원을 들여 도로를 새로 포장하고, 경제전시관을 비롯 인프라를 깔았다. 외형적인 시설물 단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APEC을 디딤돌로 '천년도시 경주의 찬란한 정신, 한국전통의 뿌리'를 세계에 알리고 지구촌 사람들이 경주를 찾게 하는 과제이다. 이른바 'POST-APEC' 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삼국통일과 산업화를 이끈 경북의 정신을 발판으로 APEC에서 발굴한 관광프로그램을 극대화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물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국제적 시선이 집중된 현재가 경주와 경북의 호기이다.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중인 애니메이션 영화 'K-POP 케데헌'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명제를 새삼 입증하고 있다. 경주 황리단길과 동궁과 월지(안압지)에는 벌써부터 해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주APEC은 '경주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긍심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천년도시 경주의 무한한 자부심이 만개할 기회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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