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겸 '묵시공간-존재 Revelational Space-Being'.<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은 내년 1월17일까지 조각가 김인겸(1945~2018)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 '김인겸: 공간의 시학(Kim In Kyum: Poetics of Spac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인겸 작가가 평생 천착했던 '정신적 영역을 열어가는 조각'의 진수를 조각, 드로잉, 영상, 모형 등 총 48점의 작품으로 선보인다.
김인겸 조각의 핵심은 물질을 넘어선 '비물질적인 것', 곧 '부재(不在)로 존재를 증명'하는 데 있다. 김인겸은 조각이 필연적으로 물질에 기반하지만, 그 물질의 부분을 최소화해 인간의 오감 너머의 '영적인 부분'으로 나아가는 매개체가 되기를 추구했다. 이처럼 그의 조각은 단순한 형태 제작을 넘어 '사유하는 공간'으로 해석된다.
김인겸 '묵시공간-공 Revelational Space-Emptiness'<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김인겸 '프로젝트21-네추럴 네트 모형'.<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1988년부터 김 작가가 타계하기 직전까지 전 생애에 걸친 그의 작품들과 마주할 수 있다. 뮤지엄 로비에 설치된 '묵시공간-존재(Revelational Space-Being)'는 녹슨 철, 청록색 브론즈, 투명 아크릴, 불에 탄 나무 등 각기 다른 물성의 작품 7개가 철제 테이블을 중심으로 하나의 군집을 이루는 설치작이다. 인당뮤지엄 측은 해당 작품에 대해 "존재가 남긴 흔적이면서도 지금은 부재하는, 그러나 역설적으로 존재하는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1995년 한국관이 처음 개관한 제46회 베니스비엔날레에 곽훈, 윤형근, 전수천 등과 함께 참여했던 김인겸의 출품작 '프로젝트21-네추럴 네트'의 모형과 당시 한국관 영상도 공개한다. 또한, 1992년 미술회관(현 아르코미술관)에서 선보인 '프로젝트-사고의 벽' 모형도 현장 촬영 영상과 함께 전시한다. 특히 두 모형은 김 작가가 직접 제작해 전시 준비 단계에서 작품 배치를 치밀하게 구상했던 성품을 보여준다.
김인겸 '빈 공간 Emptiness'.<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김인겸 '드로잉 스컬프처(Dessin de Sculpture)'.<인당뮤지엄 제공>
1996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초청으로 도불해 8년간 체류했던 기간 제작한 작품 중 3점의 '드로잉 스컬프처(Dessin de Sculpture)'가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번 전시의 준비 과정에는 김인겸 작가의 유족도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김인겸 작가의 딸 김재도씨는 이번 전시를 '작가 사후 가장 대규모의 전시'로 소개하며, 김인겸 작가가 생전 자녀들과 깊은 협력 과정을 공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을 전공한 아들 김산씨 역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작품을 관리하고 배치하는 '밀접한 스킨십'의 시간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인당뮤지엄 김정 관장은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개관전 작가였던 김인겸의 업적과 상징성에 비해 미술계의 조명이 소홀했던 점을 아쉬워하며,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철학을 재조명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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