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포항시가지 전경. 김기태 기자
한국과 미국 정상이 관세 후속 협상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철강 관세 완화는 끝내 포함되지 않았다. 자동차 및 부품 분야는 진전이 있었으나 철강이 빠진 협상 결과에 철강도시 포항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5면에 관련기사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9일 경주 APEC 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대미 투자펀드 3천500억달러의 세부안을 확정하고, 자동차 및 부품 관세를 15%로 인하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철강에 대한 조정이나 협상 내용은 끝내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6월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로 인상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양보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그 입장을 굳혔다.
포항시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한·미 협상 결과가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철강도시 포항의 입장에서는 철강 관세 완화가 반영되지 않아 매우 우려스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포항은 국내 철강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산업도시로, 미국과의 협상 결과가 지역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항지역 경제계의 반응은 더 냉담하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동차 분야에서는 인하를 이끌어내면서 정작 철강 분야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철강 산업의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항과 광양, 당진 등 철강도시의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협상 결과"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실제 피해는 이미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 3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관세를 50%로 인상한 6월 이후 지난달까지 한국의 대미(對美)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했다. 수출 금액은 10억3천800만달러로 23.3% 줄었고, 평균 단가는 t당 1천328달러로 10.5% 하락했다. 포항지역 주요 제강사들의 미국향(向) 물량도 크게 줄면서 생산라인 조정과 감산이 불가피해 졌다.
특히 철강은 자동차, 조선 등 전방 산업의 근간이 되는 핵심 소재다.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가 완화된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철강산업이 지속 압박을 받는다면 완성차 산업의 경쟁력 또한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국회에 계류중인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 협상 타결이 양국 경제 협력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철강도시 포항은 여전히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세계 공급망의 균형 속에서 철강산업의 생존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포항의 '산업 심장'은 더 깊은 피로에 빠질 수 있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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